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개그맨 김병조

배추머리로 유명한 코미디언 김병조. 1980년대 최고의 인기 코미디언이었던 그가 세상에 던져놓은 유행어들인 '지구를 떠나거라~', '나가 놀아라', '먼저 인간이 되거라'는 지금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불교방송에서 매일 한 시간 동안 진행하는 '김병조의 이야기 쑈'는 17년째 그가 우둑하니 지켜온 무대다.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구수하고 맛깔 나는 그의 이야기 솜씨는 세상 돌아가는 해학과 풍자를 가득 담아낸다. 명심보감을 강의하는 코미디언으로 더 유명한 그는 틈틈이 강의를 위해 전국을 누빈다.

불교방송 지하에 있는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는 '지구를 떠나거라~'를 말하던 그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체중은 30㎏ 정도 빠져있고, 트레이드마크인 배추머리 헤어스타일은 잘 정돈돼 있다. 그의 얼굴을 보고 한참동안 말을 잃었다. 놀란 표정을 보고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웃어보인다. "아파서 살이 푹 빠진 게 아닙니다. 매일 운동도 하고 나이 드니까 자연스레 체중조절이 된 거죠."

자연스럽게 명심보감 얘기를 꺼냈다. " 명심보감을 강의한다는 게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셈이죠." 그의 아버님이 한학을 공부한 덕분에 방송을 한창 할 당시에도 그는 훈장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놓지 않았단다. 명심보감을 강의하는 코미디언으로 더 유명해지면서 말 못할 마음 고생도 치렀다. "코미디언이 무슨 명심보감이냐면서 혼내시고 걱정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어른들 말씀 한마디가 더 자극이 돼 명심보감을 더 열심히 공부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양과정 교수이기도 한 그의 재미있는 명심보감 강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한 학기 수강인원이 100명이 넘어선 적도 있었다.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60세가 넘었다. 이 시대의 선비와 양반은 무엇인지 물었다. "바르게 사는 게 선비고 양반 정신이죠. 사람은 때로는 헛된 욕심과 꿈으로 가득차 있잖아요. 만족하고 멈출 줄 아는 사람이 선비고 양반입니다."

그는 코미디 얘기를 꺼내면서 비유한다. "코미디도 재미있고 유익해야 해요. 즐거움을 너무 따지다 보면 저질로 흐르기 쉽거든요. 예절을 너무 따지다 보면 사람이 떠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제가 코미디를 하고 웃기는 사람일 수는 있는데 우스운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죠. 강의를 끝내고 나오는데 어느 분이 그래요. 웃기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사람을 울게 만든다구."

"제 유행어 중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 '넌 누구냐?'가 있어요. 제 스승님이 연기자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씀을 참 많이 하셨거든요. 이 말씀 이상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아울러 사람다움은 배려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배려가 없으니까 매일 뉴스에 안 좋은 이야기만 등장하는 겁니다. 사람이 없다는 얘기죠. 넌 누구냐, 사람되라고 해학적으로 혼내주는 겁니다."

오래 전 유행어라며 추억거리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지금도 마음 속 깊이 담아두어야 할 의미있는 말들이다. 어려서부터 육군사관학교를 가려고 했지만 그의 특출한 재능은 세상이 놔주질 않았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다니던 4년 동안, 수석으로 대학생활을 마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말한다. 그는 배추와 건강 얘기를 꺼낸다. "전 배추를 좋아해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채소잖아요. 늘 푸르고요. 그래서 좋아합니다. 배추처럼 한결 같이 욕심을 줄여야 건강해 집니다. 그래야 마음까지 건강해지고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되는거죠."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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