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80 세대공감] 대곡 산새마을

가을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달 1080 세대공감을 위한 도농상생 문화 행사가 대구시 달서구 대곡 산새마을 주민 3백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펼쳐졌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는 끊어질 줄 몰랐지만 행사 진행 팀은 묵묵히 행사 준비를 해 나갔다. 천막을 치고 무대와 앰프를 설치했다. 비 탓인지 다소 서글픈 생각도 없지 않았다. 비가 오는데 누가 나와서 행사 팀을 맞이해줄까 하는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주민들과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아파트에서 행사를 알리는 방송이 시작되었다. 행사장엔방송을 할 때만 해도 주민들은 아무도 없었다. 행사 준비 때문에 바쁜 가운데 아이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주차장을 막아서 만든 임시 행사장으로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행사팀이 준비한 우의를 하나씩 입고서는 굴렁쇠 굴리기, 투호던지기 놀이로 몸을 풀었다. 노는데 흥이 난 사내 아이들 몇몇은 굴렁쇠를 굴리다 말고 요즘 한창 유행하는 유행가 가사에 맞춰 굴렁쇠를 두드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파트 주민들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비가 내렸지만 오히려 아파트는 더욱 흥겨운 시간이 되었다.

이날 대곡 산새마을 행사는 아파트 인근 예체능 학원이 참여해 더욱 풍성한 행사가 되었다. 개막공연부터 뉴욕음악학원의 원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첼로, 플롯 연주로 비오는 날의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우기도 했다.

이어서 대곡지역 해동 검도 팀의 검술 시범이 이어졌고 성광 태권도 학원의 격파시범과 함께 가면을 쓰고 펼쳐지는 태권체조가 선보여 참여한 주민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제 행사장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예상치 못한 열기가 느껴졌다. 세대공감을 위한 행사로는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와 함께 하는 굴렁쇠이어달리기가 행사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 올렸다.

굴렁쇠 이어 굴리기에 참여한 김환기(대곡초5년)군은 "굴렁쇠를 잘 못 굴렸는데 처음 굴려보니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또한 안정민(대곡초4년)양은 "유치원 때 제기를 만들어 봤지만 그동안 제기를 잘 못 찼는데 이제 세 개나 차게 되었다"며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했다.

50대가 조금 넘은 아파트 부녀회의 회원 한 명은 짚풀 공예장에 마련된 짚풀로 새끼를 꼬아 아이들에게 넘겨주자 즉석에서 긴 줄넘기 놀이가 생겨났다. 어른들이 긴 줄을 돌리면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고 나중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긴 줄넘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전래놀이 도구 하나만 갖고서도 얼마든지 세대 간의 벽을 허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민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남녀노소 구분 없이 펼쳐지는 노래자랑 시간. 즉석에서 12명의 참여자들이 노래 솜씨를 뽐내는 가운데 아파트 창문엔 불이 하나둘씩 켜졌다. 마침 행사장 한 쪽에 마련된 군위군 친환경연구회의 농산물을 '떨이'하는 반짝 세일에 주민들이 몰려 농민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세대공감은 거창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옛날 전래놀이 하나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사였다.

김경희(한농교류연합상임대표)

◇ 부녀회장 김경숙씨

대곡산새마을 부녀회장 김경숙(58세)씨는 부녀회 일을 맡은 지 7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주민들을 위한 경로잔치, 복잔치를 통해 주민 화합을 이끌어냈고 지난 11월엔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로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부녀회상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 대곡 산새마을은 대곡지역에서 최초로 지어진 아파트로서 나름대로 전통이 있어 주민들의 단합이 잘 된다"면서 아파트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주민들의 관심도가 높고 매주 월요일에는 월요장터를 통해 우리 지역 농산물 살리기에 앞장선다고도 했다.

또한 아파트 친목회가 잘 꾸려져 있어 산악회, 청년회 같은 조직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이웃처럼 지내고 있다. "새 아파트만 좋은 게 아니라 오랜 세월이 묵어 주민들 간의 인정이 넘치는 전통 있는 아파트도 좋은 아파트"라면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