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유정의 영화세상] 도대체 결혼이 뭘까?

도대체 결혼이 뭘까? '뮤리엘의 웨딩', '결혼피로연', '결혼원정기',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수많은 영화들이 '결혼'을 소재로 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결혼을 꿈꾸는 자들이 '여성'으로 이야기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많은 청춘 영화들이 딱지를 떼는 남자아이들을 그리는 경우와 대조해보면 더 재미있다. 로맨스 영화이든 아니면 드라마에서든 간에 '결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다뤄진다. 그것은 말 그대로 내가 선택하는 새로운 가족이기 때문이다.

P. J 호건 감독의 '뮤리엘의 웨딩'은 '결혼'에 목숨을 건 한 여자를 그리고 있다. 시종일관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예쁘지도 그렇다고 화려한 직장이나 번듯한 집안 환경을 가지지도 못한 그녀의 결혼 이야기는 웃기다 못해 처절하다. 물론 조금의 영화적 과장법 아래 진행되지만 애인이 있느냐 없느냐, 결혼할 남편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권력문제로 확장된다. 혼처가 있는 여자는 권력자로 그렇지 못한 여자는 낙오자로 취급되는 것이다.

"왕자와 공주는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둘은 그 후로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말은 어떤 점에서 모두에게 덫이 될 수 있는 모함이다. 뮤리엘을 비롯한 영화 속 여자들은 결혼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삶에 영영 해피엔딩이 오지 않을 듯이 초조해한다. 이는 비단 결혼 당사자들의 문제 만은 아니다. 각각의 집안, 직장 등 사회적 환경들도 모두 적당한 시기의 결혼을 인생의 모범답안이라고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안 감독의 '결혼피로연'은 애초부터 사람들이 제시한 답안에서 어긋나 있는 사람들의 곤혹스러움을 잘 보여준다. 게이인 아들은 미국에서 동성애인과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모는 아들이 결혼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늘 불편해한다. 결국 부모의 닦달과 작별하기 위해 아들은 위장 결혼식을 생각해 내고, '식' 밖에 없는 결혼이 진행된다. 동성애자는 애초에 상식적 가족 이데올로기에 등록되어 있지 않기에 그들이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그런 점에서 '결혼'이라는 오래된 제도는 그리고 그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폭력 이상의 당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혼이 끝일까? 대부분의 영화들은 그들이 성대한 결혼을 올리는 데서 막을 올리지만 모범답안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고 내 이름으로 된 집을 가져야 하며, 아이들을 영재로 교육시켜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 결국 결혼이라는 제도는 체제유지의 구체적 일부이다.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결혼'이라는 단계를 거쳐 줘야만 하는 것이다. 공고한 삶에 대해 불만을 지닌 사람들에게 결혼이 장애지만 상식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에게 결혼이 지상 최대의 과제로 받아들여지는 까닭도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결국 결혼은 낭만성으로 오해된 사회적 행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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