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日 해저터널, 논쟁은 이미 달린다

어제 건설 가능성 학술대회

21세기 꿈의 터널이 될까.

11일 EXCO에서 열린 대한토목학회 2007 정기학술대회서 '한·일 해저터널건설 가능성은 있는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려 큰 관심을 끌었다. 일본에서 노자와 다이조 일한해저터널연구회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박경부 한일해저터널연구원 이사장 등 국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열띤 토론을 가졌다.

세미나는 한일해저터널의 파급효과(중앙대 허재완 교수), 터널의 토목공학적 전망(부경대 이종출 교수), 동북아 번영을 위한 한일해저터널건설(숭실대 신장철 교수) 등에 대한 주제발표 후 토론이 벌어졌다.

한일해저터널이 연결될 경우 '일 신칸센-한국 KTX-남북 경의선'을 연결하는 셈이어서 동아시아 3국의 철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날 신 교수는 "아시아,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철도망 구성으로 경제적 효과는 물론, 남북통일, 동북아 긴장완화와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도 한일해저터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자와 다이조 일한터널연구회 회장도 "해저터널은 한 나라만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공감대가 필요하고 언젠가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프로젝트다."고 강조했다.

◆한일해저터널 구상의 출발

대한해협과 마주하는 일본 규슈(九州) 북단 카라츠. 20여년전 한일해저터널을 뚫기 위해 500여m를 파들어 간 흔적이 남아있다. 이 계획은 일본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영국까지 2만여㎞를 자동차도로로 연결하는 '국제하이웨이 프로젝트'로 출발해 일본 규슈에서 이키(壹岐) 섬, 쓰시미를 거쳐 거제도나 부산까지 터널과 교량으로 연결하자는 구상으로 발전한 것.

그 첫 프로젝트인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움직임은 이미 25년전에 출발했다. 1982년 5월 일본에서 국제하이웨이 건설사업단이 발족했고 1983년 '일한터널연구회'가, 한국에서는 1992년 '한일해저터널연구원'이 설립됐다.

박경부 한일해저터널연구원 이사장은 "한일해저터널로 일본, 한국, 중국이 자유롭게 연결된다면 동북아 3개국 간 상호보완적인 협력 체제가 구축될 뿐 아니라 유라시아와 북미 대륙이 하나로 연결될 경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 경제권이 탄생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일 양국 정부차원에서 '힘이 실린 정책'으로 뒷받침 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측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토목공사를 일으켜 경제를 호전시키고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할 때"라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해저터널을 한일자유무역협정(FTA) 의제로 다루자는 견해도 있다.

◆일본의 의도와 구상

일본이 한일 해저터널 건설에 적극적인 이유는 유라시아 대륙 진출을 위해 해저터널을 통한 육상통로를 트고 싶기 때문. 일본 해저터널연구회측은 개통 15년이면 건설비 회수가 기대될 만큼 투자효율이 매우 높은 세계적 프로젝트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유럽 간 해상운송 기간은 현재 20일인 데 비해 해저터널로 신교통체계가 구축되면 7~8일이면 가능하고 이에 따라 물류비용도 4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일본 측은 한국과 터널로 연결되면 세 가지 교통편을 구상하고 있다.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 고속열차, 비행기 속도에 준하는 리니어 모터카로 한중일을 잇는 21세기 신교통 시스템을 갖춘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를 타고 서울∼후쿠오카 간을 7시간 서울∼베이징간을 13~14시간 정도에 주파하도록 한다는 것.

한일터널은 길이가 영국·프랑스 간 도버해협을 가로 지르는 유로터널(약 50㎞)의 4배에 이르며 건설비도 천문학적이다.

◆노선까지 연구돼 있다

한·일 양쪽 해저터널연구회 전문가들은 이미 3개 노선안을 연구해 놓고 있다. 일본 규슈 사가현 카라츠-쓰시마 하도(下島)~경남 거제(209㎞), 일본 카라츠-쓰시마 상도(上島)-경남 거제(217㎞), 일본 카라츠-쓰시마-부산(231㎞) 등 노선이다. 이들 터널 길이는 영국-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 50.54㎞의 4배 이상이다. 이 터널이 만들어질 경우 해저터널 중 세계에서 가장 길다.

이들 3개 노선은 서로 장·단점을 갖고 있다. 쓰시마 하도를 거쳐 거제시로 가는 1안은 가장 짧지만 바다 밑으로 가는 거리가 가장 길다. 쓰시마 상도를 거쳐 거제시로 가는 2안은 쓰시마를 횡단하는 것 외에는 1안과 비슷하다. 부산으로 가는 3안은 노선이 비교적 직선이지만 가장 길고 지진대를 지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부산항과 경부축 등 물류 연결성 및 효율성이 좋고 경제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 또 해저(海底) 부분이 130여 ㎞로 다른 안에 비해 20㎞ 가까이 짧다.

전문가들은 공사비로 60조~100조원, 공사기간은 15~20년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로터널(공사비 약 14조원, 공사기간 6년)에 비해 공사비는 5배, 공기는 3배 이상. 전문가들은 터널 기능과 노선 등에 따라 사업비와 공사기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터널은 굴이 3개(좌우 일방통행 터널, 중앙 관리용 터널)로,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극명히 갈리는 찬반 논쟁

사업타당성이 논란거리다. 찬성론자들은 일본에서 대륙으로 수송되는 물동량의 통과료만 챙겨도 남는 장사라는 주장. 한일해저터널연구회 분석에 따르면 해저터널 건설로 부산-오사카 간 물류 비용이 컨테이너 1개당 30% 정도 절감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해저터널 건설에 따른 성장잠재력 증가는 일본이 5% 이내지만 한국의 경우 10%가 넘을 정도로 한국측이 유리하다는 것.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부산을 중심으로 한 우리 동남권과 일본 규슈 지역이 새로운 한일해협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한국에는 실익이 적고 일본의 대륙진출을 돕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2003년 한국교통연구원이 건설교통부 발주를 받아 수행한 '한일해저터널 필요성 연구'에서 "해저 화산지대를 지나고 있는 등 3개 노선 모두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 낸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해저터널이 건설될 경우 한국은 일본만큼 공간이 확보되지만, 일본은 유라시아 대륙까지 공간이 넓어져 실익과 공간적 형평성에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

중앙대 허재완 교수는 "영불해협(유로터널)의 사례에서 보듯 고용, 물류, 관광 등 각 부문별 효과가 예상을 빗나가거나 기대이상인 점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정부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와 연구를 해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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