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혼 15년만에 공개입양…'늦둥이' 얻은 이진숙씨

"편견 버리니 행복 찾아왔네요"

▲ 공개입양을 통해 아들 초원이를 얻은 이진숙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공개입양을 통해 아들 초원이를 얻은 이진숙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저출산 시대 속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불임가정이 늘고 있다. 불임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거나 첫 아이를 낳아도 이후 2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임환자는 2002년 10만 6천887명에서 2006년 15만 7천652명으로 50% 가량 증가했다. 가임연령대인 30대 여성의 경우 불임환자는 78%가량 증가했다. 불임인구가 갑자기 늘었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이들이 많아진 것일 수도 있다. 불임부부들은 경제적·신체적·정신적 고통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불임부부 가운데 입양을 통해 행복을 찾는 가정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불임 고민 끝에 입양을 통해 간절히 바라는 아이를 가진 한 가정을 만났다.

이진숙(43·대구시 북구 읍내동) 씨는 지난해 1월 엄마가 됐다. 결혼한 지 15년 만이니 '늦둥이'인 셈이다. 이 씨는 초원이를 공개 입양했다.

이 씨는 지난 14년 동안 아이를 가지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다. 지난 2002년부터 힘들고 지루한 불임치료를 시작했다. 서울지역 불임치료병원 등을 다니면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9번이나 받았다. 하지만 모두 실패였다.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이 부부를 괴롭혔다.

"첫번째 시험관아기 시술이 실패했을 때 가장 힘들었습니다. 시술 전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졌습니다. 다음부터는 시술이 의례적인 행사가 됐습니다."

이 씨는 남편에게 가장 미안했다고 한다. 다른 아빠들이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남편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이 씨는 친척·친구 모임 등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자리는 피하고 싶었다. 자연히 다른 사람과의 만남도 적어졌다.

이 씨는 주위의 권유로 입양에 눈을 돌리게 됐다. 대구지역 입양부모 모임을 통해서 입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모임에서 한 입양부모의 "입양을 하지 않은 사람의 얘기를 듣지 말고 해본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라. 입양은 가장 소중한 일 가운데 하나다."라는 말이 마음을 움직였다. 막상 입양을 결심했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이 씨는 "눈을 감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초원이와의 첫 만남을 얘기하는 이 씨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이 씨는 처음에는 아기 여러 명을 보고 결정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어난 지 이틀이 지난 초원이를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시장에서 옷을 고르듯 아이를 골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담당자에게 말했다. "더 이상 아이들을 보지 않을게요. 바로 이 아이를 입양하겠습니다."

초원이 덕분에 집안 분위기는 활기차게 변했다. 우유병 소독, 기저귀 갈기, 목욕 등 남편이 모든 것을 다 했다. 아이는 순하고 얌전했다. 생후 2개월이 지나면서 밤에도 잘 자고 울지도 않았다. 부모가 힘들까봐 업히는 것도 싫어했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다. 남들 힘들다는 양육이 부부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이 씨는 "초원이가 평생할 효도를 2년 동안 다 했다."면서 "지금부터는 속을 썩여도 된다."고 웃었다.

예전엔 참석을 꺼렸던 돌잔치나 모임에도 떳떳하게 참석하게 됐다. 아이 콤플렉스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입양에 대한 콤플렉스는 당연히 없다. 이 씨는 "돌 잔치에 가면 초원이처럼 잘 생긴 아이가 없다."고 했다.

이 씨는 공개입양을 했다. 아이가 입양아라는 걸 깨닫는 순간, 또 입양이 뭔지 알아차리는 순간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 씨는 초원이가 세 살이 되면 입양이라는 단어가 친숙해지도록 얘기를 해 줄 생각이다.

이 씨는 불임가정에게 입양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입양에 대한 편견을 버리면 너무 행복합니다. 입양을 결심했다면 주위 친척과 주변에 입양을 이해시키는 일도 중요합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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