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명절에도 못 본 엄마…

'띵~똥!'

추석날 오후 시어머니와 둘러앉아 화투놀이를 하고 있는데, 거실 한쪽에 놓인 내 휴대전화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신호를 합니다. 얼른 열어보니 친정 엄마에게서 온 것입니다.

'보고 십 다'

순간, 가슴에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말 가운데 '보고 싶다'라는 말보다 더 간절한 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추석날 오후에 자식들이 모두 둘러앉아 있는데, 빠진 이처럼 큰딸의 자리가 비어있자 엄마는 차마 전화를 할 수 없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올케나 동생들 중 누군가가 엄마에게 문자 메시지 보내는 것을 가르쳐 준 모양입니다.

엄마가 배운 문자메시지의 첫 문장이 명절이 되어도 함께하지 못하는 큰딸에게 보내는 '보고 십다' 인 셈입니다.

봄에는 복지관의 컴퓨터 교실에서 메일 쓰는 법을 배워서 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큰딸 바다 보아라' 라는 제목의 첫 메일을 보낸 후 이제는 종종 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하는 엄마가 오늘은 문자메시지 보내기에 도전한 모양입니다.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시는 엄마가 내 곁에 있어 참 행복합니다. 엄마에게 나 역시 얼른 답장을 해 줍니다.

'엄마, 추석 잘 쇠고 계세요? 저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 며칠 있다 뵈러 갈게요.'

정경준(대구시 수성구 만촌 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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