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자전거

도심을 거닐다 보면 공공 시설물 중에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바로 자전거 보관대. 지하철 역 주변이나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제 구조물인데 대부분 텅텅 비어있다.

어쩌다 한두 대 세워진 자전거를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자전거 없는 자전거 보관대, 왜 만들었을까 의문이 든다.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凶家(흉가)처럼 을씨년스럽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민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 불편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가 건강에 좋고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번듯한 자전거 도로는 없다. 대구시의 경우 일부 인도에 자전거 전용 보도 블록을 깔아놓았으나 한번 타본 사람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는 데다 신호에 걸려 몇 번을 내려야 하는지 번거롭기 짝이 없다. 그나마 도심 한가운데는 거의 이용 불가.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신천대로변 둔치인데 산책 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려 곳곳에서 가벼운 충돌사고가 일어난다. 산책객이나 자전거 이용객이나 모두가 불편할 따름이다.

자전거 보관대가 텅 빈 또 하나의 원인은 도난사고. 집에 둔 자전거도 잃어버리는 판국에 도로에 보관해둔 자전거가 성할 리 없다. 일본처럼 자전거에 고유번호를 붙이든지,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든지 해서 시민이 안심하고 보관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고층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싣고 올라가야 할 형편인데 어떻게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미국 뉴욕시를 보자. 2009년까지 640㎞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뉴욕 시장은 상업용 건물에 자전거 보관 공간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게다가 100만 달러(약 9억 원)를 들여 자동차 운전자와 자전거 운전자가 서로 주의하도록 촉구하는 광고도 내고, 자전거용 헬멧 수천 개도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라고 한다.

당국은 해마다 멀쩡한 보도 블록을 교체하는 데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적은 돈으로 이렇게 시민들이 '참살이'를 할 수 있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자전거 타기 운동은 그야말로 당국의 의지에 달려있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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