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끝없는 진화…첨단서비스 경쟁 치열

'겉은 같아도 속은 다릅니다.'

아파트의 '첨단 서비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단지 중에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최첨단 방범 시스템을 도입하고 호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체 관계자들은 "분양가가 높아진 2~3년 전부터 분양을 시작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무인 경비 시스템은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첨단 연구소나 정부 기관 등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장비들이 많다."며 "각종 서비스 공간 또한 고급 리조트나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모든 움직임은 손안에

올 상반기 입주를 시작한 수성구 두산동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인 대우트럼프. 이 단지는 현관 입구에 '손 혈관 인식 시스템'을 설치했다. 입주민이 손 등을 현관 출입문 인식기에 갖다대면 문이 열리게 되며 '손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보안 카드'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대우 관계자는 "손등 정맥은 지문과 같이 사람마다 차이가 나며 입주 때 손등 정맥을 미리 촬영한 뒤 컴퓨터에 저장해야 이용이 가능하다."며 "보안 카드를 소지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며 외부인이 습득한 보안카드를 이용해 단지에 침입하는 것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 혈관 인식 시스템이 아파트에 도입된 것은 이 단지가 처음이며 극도의 보안을 필요로 하는 일부 연구소 등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대우 측의 설명.

이 단지는 또 주차장 곳곳에 비상시 보안 요원에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호출 벨이 설치돼 있으며 안방에도 별도의 방범 벨이 있다.

이달부터 입주에 들어간 고려주택의 만촌동 '풀비체' 단지는 3중 보안 장치를 도입했다.

고려주택이 상표 등록까지 마친 3중 안전관리시스템은 단지 입구와 지하주차장, 집 내부에 3중으로 보안 장치가 설치되는 시스템.

우선 입구에는 정전시에도 촬영이 가능한 적외선 카메라 12대가 있으며 지하주차장에는 1초에 240도 회전하는 스피드돔 카메라 7대가 설치돼 있다. 또 집안 내부 3곳에 방범 벨과 함께 외부 침입을 사전에 알리는 열선 감지기가 있으며 지하 주차장에도 열선 감지기와 20여 곳의 비상벨이 있어 어느 곳에서나 경비원 호출이 가능하다.

고려주택 관계자는 "전체 가구는 100여 가구지만 각종 카메라만 40여 대가 있어 단지 내에서 움직이는 물체는 모두 통제실에서 감시가 가능하다."며 "4억 원을 들여 감시 시스템을 도입했고 방범 보험에 가입해 입주민이 외부 침입으로 피해를 입으면 대인 2억 원, 대물 3억 원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수성구 범어동 동일하이빌도 말 그대로 '철통 보안 시스템'을 자랑한다.

세대 규모가 220가구지만 단지 내 설치된 CC TV는 무려 100여 대로 2가구당 1개꼴로 CC TV가 작동하고 있는 셈. 동일 관계자는 "경비 용역업체로부터 전국 아파트 중 이렇게 많은 CC TV가 있는 단지는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담장은 없지만 외부인이 단지에 들어오면 모든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편의 시설이나 외관은 호텔급

아파트 서비스 수준 또한 호텔급으로 변신 중에 있다.

대우 트럼프는 단지 내에 15평 정도의 게스트룸 3개가 있어 친구나 인척이 방문했을 경우 사전에 예약을 하면 이용이 가능하며 각종 가족 행사 때 이용할 수 있는 50여 평 규모의 연회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단지 관계자는 "연회장에는 주방이 있어 돌이나 생일 잔치 등을 할 수 있으며 게스트 룸은 일반 호텔을 생각하면 된다."며 "이용 요금은 입주민 대표회의가 구성되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동일 하이빌은 노래방과 사우나 시설을 갖쳐 입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노래방에는 최신 장비가 설치된 3개의 룸이 있으며 30여 종의 각종 운동 기구가 갇혀진 헬스클럽 옆에는 남녀 사우나가 별도로 설치돼 있어 웬만한 여가 활동은 단지 내에서 가능할 정도다. 또 단지 내부 바닥을 방무목으로 마감하고 동 사이에는 실개천과 각종 조경수를 심어 놓아 리조트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풀비체 단지도 담장과 외벽을 화강석으로 마감하고 일부 벽면에는 고흐, 르노와르 등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타일로 재현한 벽화를 설치했다.

주택회사 관계자들은 "아파트 단지들의 차별화 경쟁이 날로 높아지면서 각종 첨단 장비와 고급 외장재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며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어진다는 점만 기존 아파트와 같을 뿐 외관이나 편의 시설, 보안 장치들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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