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퍼블릭 아트의 허상

퍼블릭 아트란 이름 그대로 '공공적인 예술'이다. 즉 공중을 위해 존재하며 공공의 장에 존립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가리킨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또는 콘서트홀처럼 감상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닫힌 공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생활환경 그 자체를 위해 만들어진 아트를 말한다.

우리 주위에도 언제부터인지 이러한 퍼블릭 아트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가운데서 몹시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대구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치게 되는 이른바 아양교의 아치형 조형물이다.

동구청은 지난 2003년 U대회를 앞두고 15억 원의 예산을 들여 다리 위 인도에 아치형 오르막길을 설치하고 아양교의 입구에는 팔공산 능선을 형상화한 높이 20m의 알루미늄 조형물을 세웠다. 모처럼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어보려는 의지의 결집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퍼블릭 아트를 거론한다고 할 때, 적어도 이 작품을 철거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그 어떤 생산적 논의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는, 너무나 잘못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조형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조야하고 거추장스러우며, 메시지의 전달력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퍼블릭 아트의 기본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성이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의 참여는 고사하고 주민들의 사정과 의견이 전적으로 무시된 채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퍼블릭 아트의 제작에서는 작가의 수준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작하는 작가는 무엇보다도 겸허한 마음으로 작품이 설치되는 장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여건과 커뮤니티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공중은 세금이 투입되는 작품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들의 생활권에 침입하는 존재로서의 퍼블릭 아트에 대하여,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일수록, 결코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조형물은 공모를 통해 작품을 선정·설치했다"는 담당부서의 변명이었다.

공모라는 형식을 밟았으니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구태로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 퍼블릭 아트란 행정부서가 공모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그러한 활동이 아니다. 공중이 함께 관심을 갖고 지켜나가며 애정을 기울이는 예술이지 않으면 안 된다.

시민들의 반응은 "멀쩡한 곳에 비싼 돈을 들여 괜히 불편을 초래하고 시각적으로 부담을 주는 흉물"이라는 것이다. 시민들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아양교가 실패한 예를 보존하는 야외박물관이 아니라고 한다면 하루빨리 철거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식(영남대 조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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