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폭운전 더 심해" 대구 시내버스 서비스 '제자리'

15일 오전 10시 35분 704번 시내버스. 한 할머니가 큰 가방 두 개를 들고 승차하자마자 버스가 급출발했다. 할머니는 튕기듯이 뒷문까지 비틀거리며 이동했고 겨우 좌석 손걸이에 걸터앉았다. "기사 양반, 조금만 천천히 출발하지…."라는 힘없는 불평이 새어나왔다. 손자를 돌보기 위해 수성동~태전동 구간 시내버스를 하루 두 차례 타고 다닌다는 이 할머니(68)는 "노약자가 타도 급출발, 급제동은 예사"라며 "몸이 불편해 타고 내리기가 어려운데도 '빨리 타라'는 재촉을 매일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55분 북구 동아백화점 강북점~태전교 사이 정류장에서 730번 시내버스는 아기를 안은 한 주부가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자마자 급출발했고 주부는 아기를 자리에 어렵게 앉히고 손잡이를 잡았다. 중석타운 사이에 있는 삼거리에서 신호를 받기 위해 버스가 속도를 높여 급회전하자 일부 승객들은 몸을 휘청거리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건너편 차로에선 북구1번 시내버스 기사가 휴대전화를 걸며 운행하고 있었다.

잦은 파업 등으로 준공영제까지 도입했지만 대구 시내버스의 서비스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더구나 대구시가 업체 간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시내버스 서비스 평가를 실시, 우수 업체 10곳에 성과이윤 2억 원을 차등 지급하고 있지만 서비스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업체 선정은 나눠먹기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해 하반기 대구 시내버스 29개 업체, 103개 노선에 대해 1차(2006년 7월 1일~9월 30일)에 이어 2차(2006년 10월 1일~12월 31일) 평가를 통해 우수 서비스 업체를 선정했지만 시민들의 이용 만족도(각각 466명, 767명)에선 안전운행·운전기사 친절도·차량시설 등 만족도가 오히려 1차 평가 때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것.

조사 결과 ▷과속 및 난폭운행, 개문발차(출입문을 열어놓고 출발), 교통법규 위반 등 '안전운행 만족도'의 경우 5점 만점에 1차 2.98점에서 2차 2.56점으로 크게 떨어졌고 ▷승객 문의에 대한 답변, 친절성, 흡연 및 휴대전화 사용 등 '운전기사 만족도' 역시 2.84점에서 2.81점으로 낮아졌다. 또 ▷냉·난방 시설 상태, 하차벨 작동, 차량 소음 및 진동 등 '차량시설 만족도'도 3.23에서 3.17로 다소 떨어졌다. 단지 BMS(버스정보제공시스템) 시행으로 인한 운행 정시성·정류장 하차 등 운행실태 만족도와 안내방송 여부 등 안내체계 만족도만 조금 올랐을 뿐이다.

실제 시민들의 버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높다. 이철한(34·북구 태전동) 씨는 "버스 안에 운행노선도가 1개밖에 없어 일부 외지 사람들은 '일어났다 앉았다'를 몇 번씩 반복하는 것을 본다."고 했고, 팔공산주유소 정거장에서 만난 이말순(55·여) 씨는 "정거장에 설치된 운행 노선도가 다 떨어진 채 너덜너덜 붙어 있는 것이 몇 개월짼데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BMS시스템과 시내버스 모니터요원 제도 등으로 인해 일부 서비스는 개선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앞으로 평가 우수업체에 대해 포상 규모를 늘리고, 이를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지만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업체와 운전기사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16일 시내버스 서비스평가 최종 종합순위를 발표하고, 선정된 달구벌버스, 동신여객, 성보교통, 삼천리버스, 세진교통, 관음교통, 우주교통, 세한여객, 신흥버스, 광남자동차 등에 연내 서비스 개선 성과급 2억 원을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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