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크린에 비친 '다양한 여성들'

궁녀
궁녀
펀치 레이디
펀치 레이디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영화들이 이번 가을,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올해 하반기 한국영화는 당당한 여성 캐릭터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돋보인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 총을 꺼내드는가 하면('브레이브 원') 남편의 폭력에 묵묵히 살아가던 평범한 주부가 이종격투기를 배워 남편과 맞대결하고('펀치 레이디'), 여자라서 무시당하던 핸드볼팀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의 땀과('내 생애 최고의 순간'), 위험을 감수하며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등('궁녀') 여성 캐릭터의 다양한 진화를 보여준다.

▶궁녀

이번 주 개봉하는 '궁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궁녀의 삶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이 영화는 제작자, 감독, 연기자 모두 여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 충무로의 대표적인 여성 제작자인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와 '황산벌' '왕의 남자' 조연출 출신인 김미정 감독이 의기투합했고, 박진희 윤세아 임정은 서영희 전혜진 등 여배우들이 주요 역할을 나눠 가졌다. 내용은 스릴러 영화에 가깝다.

숨막힐 듯 엄격한 궁궐 안에서 후궁 희빈을 보좌하는 궁녀 월령이 서까래에 목을 매 자살한 채 발견된다. 검험을 하던 천령(박진희)은 월령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고, 감찰상궁은 자살로 은폐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천령은 자살로 위장된 치정 살인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어 독단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어깨 너머의 연인

'싱글즈'와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섞어놓은 듯한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은 30대 초반 여성 두 명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혼인 사진작가 정완(이미연)과 전업주부 희수(이태란)로 32세 동갑인 이들은 절친한 친구 사이다. 정완은 사랑보다 일, 결혼보다 연애가 체질인 여자로, 돈 많은 멋쟁이 유부남(김준성)과의 짜릿한 연애를 즐기며 사는 '화려한 싱글'이다. '결혼은 안심보험'이라고 여기는 희수는 남자의 배려와 헌신이 없으면 안 되는 스타일리시한 미시족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두 30대 여성의 성과 사랑, 결혼, 일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펼친다.

이 영화 역시 30대 초반의 여성감독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연애에 대한 30대 초반 여성들의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완과 희수는 각자가 겪은 불륜과 이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찾게 된다는 내용. 영화배우 이미연의 4년 만의 영화복귀작이자 이태란의 영화 데뷔작이다.

▶펀치 레이디

25일 개봉 예정인 도지원 주연의 한국영화 '펀치 레이디'는 13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가정주부의 이야기를 다뤘다.

중학생 딸과 이종격투기 챔피언을 남편으로 둔 36세 주부 하은(도지원)은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 앞에서 오늘도 눈치만 보고 사는 작은 체구의 평범한 주부. 힘으로 제압하는 남편에게 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13년 동안 살아온 하은이 남편의 경기가 있던 날 기자회견장에서 '그래요, 한판 붙어요!'라고 외쳐버린다. 3개월 후로 다가온 남편과의 경기를 앞두고 운동해 본 적도 없는 그녀는 격투기를 배우기 위해 체육관을 찾지만 여자라고 거부당한다. 어렵사리 체육관을 찾아 훈련하던 하은이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링 위에 선다는 내용.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이종격투기'라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여성과 남성이 이종격투기로 링에서 한 판 붙는다는 파격적인 설정이 눈에 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하반기 개봉 예정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역시 여성 파워의 결집체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성 제작자와 여성감독인 심재명과 임순례가 뭉쳤으며 김정은, 문소리 등 최고 여배우들이 등장한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제일 많은 지원과 인기를 누리면서도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힘을 못 쓰는 남자 스포츠에 비해 양궁, 배구, 핸드볼 등 각 종목에서 한국의 '여성 파워'는 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상대팀뿐 아니라 온갖 편견과 차별에 맞서야 했다. '여자라서' '아줌마라서' '나이가 많아서' '비인기 종목이라서' 당해야 했던 불편부당함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서기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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