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교사로 일하는 30대 주부 A씨는 친구 교사들과의 식사 모임에 나갔다가 식사 후 계산대 앞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과 다른 친구는 식사비용을 신용카드로 계산했는데 또 다른 친구 1명은 '체크카드'를 이용, 식사비용을 결제하는 것이 아닌가?
"얘, 너 그게 무슨 카드니?"
"아? 이거, 체크카드라는건데 지난번에 내가 재무진단을 받았잖니? 내 재무컨설턴트가 '긋는 즉시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체크카드로 바꾸랬어. 신용카드처럼 외상으로 그어놓고 나중에 결제하는 방식이 재테크 원칙에서는 가장 나쁘다고 하잖니."
"……"
금융지식이 지갑 두께를 불리는 지름길로 불리는 요즘, 재무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건강진단을 받는 것처럼 내 재무상태를 파악, 최선의 '처방전'을 받아든 다음 처방전에 맞춰 자산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봉급생활자들까지 재무진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대구시내에는 재무진단을 전문으로 해주는 이른바 '개인 자산관리 컨설팅 회사'가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교사 A씨 이야기
A씨는 친구 교사 얘기를 듣고 대구 수성구에 있는 재무설계 전문 회사를 곧장 찾아갔다. 지난 7월의 일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그는 남편과 자신의 연봉을 더해 연간 8천700만 원 정도(세금을 떼기 전)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세금을 떼낸 뒤의 정확한 수입 통계라든지, 투자계획을 세운 적이 없었다.
더욱이 은퇴 이후를 대비한 투자계획은 전혀 없었고, 이자를 많이 준다는 이유로 '뜬지 한참되는' CMA(증권사종합자산관리계좌) 통장 한 개 없었다.
그는 재무진단을 통해 그동안 넣어왔던 저축형 상품 대신 요즘 뜨고 있는 펀드 2개로 갈아탔다. 그리고 남편의 상여금이 격월로 나오는 것을 감안, 불규칙 급여를 관리하기 위해 CMA통장도 만들었다.
또 은퇴준비를 위한 장기상품으로 적합한 펀드도 가입했다. 또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위해 보험상품도 더 강화했다. 그리고 펀드. CMA 등 자신이 가입한 금융상품의 연간 수익률 목표와 향후 10년 후의 수익률 예상치까지 받아들었다. 든든한 기분이었다.
◆재무설계회사 봇물
우선 서울에 본사를 둔 업체들의 지방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 임원 출신 등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주)에이플러스에셋 어드바이저가 이달 대구 범어네거리에 대구지점을 내고 대구 시장에 진입했다. 이 회사는 납입자본금이 70억 원에 이르며 외부감사대상법인.
지점장은 삼성생명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백만 달러 원탁 회의의 약자로 생명보험 판매 분야에서 명예의 전당으로 여겨질만큼 금융영업의 달인으로 인식되는 호칭) 출신인 이운규 씨가 맡았다.
이 지점장은 "특정 금융회사에 소속된 상태에서 고객들에게 최적의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자신이 소속된 금융회사의 상품만 설명하게된다."며 "금융상품이 쏟아지는 지금, 중립적 입장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가져와 고객의 자산을 구성해주는 것이 앞으로의 추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진국에서는 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독립금융전문가)가 이미 일반화, 다양한 회사의 금융상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주)한경와우에셋도 올 여름 수성구 상동전화국 인근에 대구지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다. 17명의 전문상담사가 있다.
이 곳 정대일 상담역은 "50여 명의 고객들을 확보, 상담 및 자산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시내에는 10곳 안팎의 자산관리전문회사가 문을 열고 영업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서울은 수천 곳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에이플러스에셋 어드바이저나 한경와우에셋처럼 전국 브랜드화한 곳도 6, 7곳에 이른다.
◆누구나 받을 수 있나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최근 대구의 토종 자산관리전문회사인 '위드자산관리'와 협약을 맺고 민주노총 산하 각 사업장 조합원들의 자산관리를 의뢰했다. '부자들만 자산관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월급쟁이도 받을 수 있다'는 것.
노경우 위드자산관리 대표는 "최근 봉급생활자들도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쌓기를 통해 자산 불리기를 원하는 봉급생활자들이 많아지면서 각 회사마다 강연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상당수 자산관리회사는 연간 수십만 원을 재무진단 및 설계·관리 비용으로 받고 있으며, 적어도 월급여가 300만 원은 넘어야 재무설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