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아시안 게임 선수촌으로 사용되었던 동구 동변동 유니버시아드 1단지 아파트에서 '1080세대공감을 위한 도농상생 문화 한마당'이 펼쳐졌다. 이 아파트는 주차장이 지하화 되어 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파트 잔디밭에서 펼쳐진 문화 행사는 더욱 빛이 났다.
"mp3 갖고 싶고, 휴대폰 갖고 싶고, 자전거 갖고 싶어요." 동구 동변동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1단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장혜정(초등생)양이 소원지에 적은 소원 내용이다. 요즘 아이들이 제일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가지려는 소원이 잘 담겨져 있었다.
참가자 누구나 한지로 된 소원지에 소원을 적도록 했던 것이다. 적은 소원지는 새끼줄로 만든 금줄에 묶어 두었다가 행사가 끝날 무렵 정성껏 적고 간절한 소원지를 추첨해서 농산물을 상품으로 주었다.
"엄마, 아빠와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공부 잘 하게 해 주세요"(홍여림)와 같은 부모님의 건강을 빌거나 공부나 시험을 잘 치게 해달라는 소원이 있는가 하면 다소 엉뚱한 소원도 있었다."산타할아버지가 매일 왔으면 좋겠다"(진채연)는 소원이 재미있었다.
약 1백여명의 초등생들이 적은 소원지의 대부분은 제일 갖고 싶어하는 물건과 가족의 건강, 시험이나 공부를 잘하게 해달라거나 유명 연예인을 만나게 해달라는 소원이었다.
소원지를 정성스레 적은 아이들과 이를 지켜본 부모들은 체험관에서 마련한 짚풀로 오리만들기를 하거나 제기를 만들어서 제기차기를 했다. 아이와 처음으로 제기를 만든 김제원씨는 "최첨단 아파트에서 옛날에 놀았던 전래놀이를 하게 돼서 묘한 생각이 드는데, 이런 행사들이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면서 현재와 과거를 잇는 통로를 원하기도 했다.
또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주부는 "방에서 컴퓨터만 하던 아이를 억지로 행사장에 보냈는데 아이가 흥미가 없어 금방 집으로 들어올 줄 알았지만 저녁때까지 오지 않아 찾으러 왔다"며 의외의 발견에 즐거워했다. 행사 중간 중간에 버나놀이교실도 부모와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비지땀을 흘리며 버나돌리기에 열심이었다.
마침 부녀회에서 먹거리 장터를 열어 동네 주민들이 부녀회가 마련한 먹거리를 사먹는 풍경도 좋았다. 마치 잔칫집에 온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놀고 어른들은 전을 부치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왔던 그 옛날의 풍경과 닮아 있었다. 다만 시골의 풍경을 아파트로 옮겼을 뿐이었다.
저녁을 아예 먹거리 장터에서 해결한 아파트 주민 조영우씨는 "아파트 마당에서 밥을 먹으니 아파트 전체가 모두 우리 집이란 느낌이 든다"며 아파트 마당에서 밥을 먹는 것에 남다른 느낌을 가지는 듯 했다.
이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인근 주변 학원생들의 참여로 펼쳐진 묘기였다. 절도와 박력이 넘치는 태권도 선수들의 힘찬 발길질이 아파트의 하늘을 갈랐으며 공중회전, 덤블링, 호신술과 같은 합기도 묘기가 펼쳐질 때 마다 주민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시범공연에 참가한 아이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보이자, 이를 지켜보던 아이의 어머니가 "건강 때문에 운동을 시켰는데, 씩씩하고 늠름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들이 너무 대견스럽다"며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서도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행사에 참가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별고을 풍물패가 진행한 강강수월래 놀이였다. 아이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강강수월래를 부르며 돌다가 남대문 놀이, 진짜기 놀이로 행사 뒷풀이로 마무리를 했다. 처음 강강수월래를 해보았다는 정민지양은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뛰었더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아이의 표정이 해 맑아 보였다.
토요일 오후 반나절 잠깐 동안의 잔치였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열심히 참여한 모습속에 주민 참여형 아파트 문화가 만들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김영희(한농교류연합상임대표)
◇ 부녀회장 김영미
아파트 부녀회장을 두 번째 맡고 있다는 김영미씨는 부녀회 활동에 신명나는 모습이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주민들을 맞이하면서도 먹거리 장터가 바쁠 땐 음식을 나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녀회장직을 몇 개월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회장을 할 사람이 없어서 다시 맡았다"며 겸손해 했다.
유니버시아드 1단지 아파트 자랑을 해달라는 말에 "금호강을 끼고 있어 물 좋고 공기 좋고 아늑하고 쾌적한 아파트"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주변 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주민들이 모두 순수하고 참여도가 높아서 매년 아파트 잔치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번 행사를 주최해서 보람이 되었다"고 했다.
다른 부녀회와 마찬가지로 자원봉사, 바자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지만 군위군과의 인연으로 군위군에서 하는 행사에 적극 참여를 해서 진정한 자매결연이 무엇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행사가 끝난지 일주일 뒤에 실제로 부녀회 주민 10여명이 군위군민체육대회에 초청이 되어서 참여하는가 하면 11월에 있을 사과따기체험행사에도 자원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기왕에 맺어진 자매결연이란 인연을 잘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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