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의 성, 사건으로 본 성범죄

전남 보성에서 일어났던 70대 어부 오모씨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계기로 노인의 성 문제와 성범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들은 흔히 노인이 되면 늙어가는 육체와 함께 성에 대한 욕구 역시 사그러들 것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성욕'은 식욕, 수면욕과 함께 인간이 떨칠래야 떨치기 힘든 3대 욕구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런만큼 노화로 인해 성생활 능력이 감퇴할 수는 있지만 그 욕구만큼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풀이다.

▲사건으로 본 노인의 성욕

지난달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보성 어부 연쇄 살인사건. 범인 오모 씨는 70살의 노인으로 넘치는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인물이다. 그는 9월 25일 어던에 20대 여성 2명을 태워 바다로 나가 한 명을 성추행하다 물에 빠뜨린 뒤, 다른 한 명 역시 성추행하려다 함께 바다에 빠진 뒤 가까스로 배에 다가오는 여성을 어업용 도구로 찌르고는 혼자 도망쳐버렸다. 그 사이 두 여성은 싸늘한 시신이 되고 말았다. 또 그는 경찰조사에서 다른 살인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지난 8월 31일 남녀 대학생 2명을 태우고 바다로 나갔다가 여학생을 성폭행하기 위해 남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던진 뒤, 격렬히 저항하는 여학생 역시 바다에 빠뜨렸다는 것. 이들의 시신은 지난 9월 3일과 5일 고흥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지난 2월 충남 예산에서는 40대 여성을 하룻동안 감금해 놓고 성폭행한 김모씨(64)가 붙잡혔다. 평소 알고지내던 보험설계사(43'여)에게 "보험을 들겠다."며 집으로 오게 한 뒤 흉기로 위협해 하룻동안을 감금해 놓고 성폭행한 혐의다. 그는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탈출한 보험설계사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7월에는 13년 동안이나 가족들 몰래 며느리를 성폭행해온 80대 시아버지가 경찰에 입건됐다. 며느리 이 모씨는 "99년부터 시작됐던 성추행과 성폭행이 분가를 하고 난 후에도 계속돼 결국은 가출할 수 밖에 없었다."며 "남편이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 화를 키웠으며, 아이들과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시아버지 김모씨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지만, 그의 부인과 아들조차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그 외에도 힘이 약한 어린이들을 노린 성범죄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부천에서는 박 모(71)씨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알게 된 12세 초등학생을 돈을 주겠다고 유인해 20여 차례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으며, 부산에서도 어린이를 위협해 성폭행한 6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렇게 노인들의 성범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고령화 추세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그만큼 범죄발생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거노인이 증가하면서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힘든 노인층 인구가 많지만, 사회적으로 '노인의 성'은 그늘에 가려져 있으면서 마땅히 해소할 방법을 찾기조차 힘든 상황인 것.

전문가들은 "성적인 욕구는 젊은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분출할 기회가 없다보니 결국은 범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고령화 시대에 맞춰 노인들의 성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열린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노인 성범죄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노인 범죄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살인, 강도, 방화, 강간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 중 61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2002년 2.1%, 2003년 2.2%, 2004년 2.3%로 소폭 상승하다가 2005년에는 3.8%로 급상승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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