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4/이윤기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헤라클레스.
우리는 그를 영웅이라고 한다. 사자 가죽을 뒤집어쓰고, 커다란 몽둥이를 든 괴력의 사나이. 박물관과 거리를 채운 수많은 조각과 예술품에 등장하는 퉁방울눈의 이 남자는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도 변함없이 '영웅'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다.
헤라클레스가 시공을 초월해 끊임없이 재탄생되는 이유는 파란만장한 삶에 있다. 제우스의 외도로 태어난 서자에 여신 헤라의 미움을 받아 험난한 삶을 살아야 하는 기구함, 광기에 휘말려 자신의 손으로 아내와 자식을 죽였고, 그 과오를 풀기 위해 떠난 길에서도 끊임없이 비슷한 죄를 지르며 살아가는 그의 운명에서 우리는 인간의 삶을 투영시킨다.
그의 이야기에서 절대적인 '영웅'의 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술에 취해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였고, 올림푸스 신들과 스승에게 막무가내로 대든다. 그럼에도 수많은 영웅 가운데 유독 헤라클레스 신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 순천향대 명예교수가 이번에는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2000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1'을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출간해온 이 교수는 최근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을 다룬 제 4편을 출간했다.
술에 취해 아내와 자식을 죽인 헤라클레스가 자결하려고 할때 영웅 테세우스가 나타나 말린다. 테세우스는 아폴론의 신전에 가서 죄갚음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묻고 신탁을 받으라고 말한다. 신탁은 그가 12년 동안 아르고스의 지배자인 군주 에우뤼피데스에게 종살이를 하고 그가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에우뤼피데스가 시킨 12가지의 과업을 풀게 된다.
12 과업은 네메아의 사자 퇴치, 레르네에 사는 히드라(물뱀) 퇴치, 케리네이아의 산중에 사는 사슴을 산 채로 잡는 일, 에리만토스산의 멧돼지를 산 채로 잡는 일, 아우게이아스 왕의 가축 우리를 청소하는 일, 스팀팔스 호반의 사나운 새 퇴치, 크레타의 황소를 산 채로 잡는 일, 디오메데스왕 소유의 사람 잡아먹는 4마리의 말을 산 채로 잡는 일 등이다.
지은이는 "12가지 과업을 풀어가는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와 서구 문화의 비밀을 여는 열쇠"라며 "헤라클레스의 12 과업을 알지 못하면 그의 모험을 다룬 대리석상은 돌덩어리나 다름없으니 독자들이 책에서 접한 이미지를 유럽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은이는 열두 가지 어려운 과업을 풀어야 하는 헤라클레스의 운명을 펼쳐 보이는 한편 로마시대의 작품인 '지친 헤라클레스' 등 다양한 미술작품을 소개한다. 모두 컬러로 수록돼 책 읽기를 쉽게 한다.
그리고 하늘의 별자리와 헤라클레스 신화의 관계,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이 왜 헤라클레스 흉내를 냈는지, 간다라와 동양의 부처님 조각 옆에 헤라클레스를 닮은 조각이 있는 까닭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2000년 6월 1권이 출간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는 인문교양서로는 21세기 들어 유일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누구나 첫 손으로 꼽는 신화 입문서로 자리잡고 있다. 시리즈는 오는 2009년 마지막 권인 5권이 출간으로 마무리 될 계획이다.
지은이는 이 책이 "고대의 고전학자들이 짜놓은 틀 안에서 상상력으로 신화를 복원한 이야기책"이라며 "이 책이 나온 뒤부터는 독자들이 유럽의 박물관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400쪽. 1만 3천500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