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떠나자! 가을 속으로] 팔공산권

단풍 머금은 '봉무공원'…詩心 새겨진 '시인의 길'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 가을이다. 비록 발품을 팔아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은 많다. 잠깐의 여유를 갖고, 계절의 변화를 맘껏 즐기려는 눈과 마음만 있다면 가을에 푹 젖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팔공산. 특히 도심과 가까운 팔공산은 계절의 변화를 눈과 가슴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도, 울적해진 마음도 훌훌 털어낼 수 있다. 떠나자.

▶단산지와 나비생태원

짙어가는 가을을 느끼기 위해 팔공산으로 차를 몰고 길을 나선다. 국화꽃이 아름다운 불로동 화훼단지를 지나면서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찾아간 곳은 봉무공원 단산지.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이 비친 호수는 가을을 머금고 있다. 호숫가에 가져다 놓은 국화가 가을의 정취를 선사한다. 지난 여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바나나보트 등 물놀이 기구들도 호숫가에서 한적하게 휴식을 취하며 가을에 젖어 있다.

단산지 옆 나비생태원을 찾았다. 나비를 방사하는 유리온실로 50평 정도 된다. 온실안에 있는 열대수종과 상록수 사이로 배추흰나비와 남방노랑나비 등 10여 종의 나비들이 훨훨 날아다닌다. 2002년 문을 연 나비생태원은 나비를 보기 힘든 어린이들에게 환경교육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곤충관찰대에서는 나비의 알, 애벌레, 번데기들과 함께 물방개, 귀뚜라미, 장수풍뎅이 등을 시기별로 전시하고 있다.

나비생태원 옆에 있는 나비생태학습관에도 볼거리가 많다. 우리나라 나비 150여 종과 외국나비 100여 종 등 모두 1천여 마리의 나비 표본이 손님을 맞는다. 나비생태원은 매주 월요일 휴원하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문의 053)662-2617.

▶'시인의 길'.

단산지를 빠져나와 팔공산 백안삼거리로 향하는 길엔 가을색이 더욱 짙다. 팔공로 양옆에 있는 중국 단풍은 벌써 빨갛게 물들었다. "아, 가을이구나!"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백안삼거리에서 동화사로 2km 정도 달리다 북지장사 가는 길로 우회전하자 '시인의 길'이란 공원이 나온다. 시인들의 육필 시를 자연석에 새겨 전시한 곳이다. 윤동주의 '봄', 김수영의 '여름밤', 김춘수의 '하늘수박', 김지하의 '황톳길', '정호승의 '물새',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등 시인들이 직접 쓴 23편의 향수어린 육필시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돌 수집가 채희복 씨가 20여 년간 고서점을 뒤져 육필시를 찾아내 23편을 선정, 바위에 새겼다. 글자 한 자 한 자를 대하면 시인의 꿈과 열정이 느껴진다. 바위에 새겨진 시들을 읊조리다보면 가을의 향취에 흠뻑 젖을 수 있다.

'시인의 길'과 바로 붙어 있는 돌 공원 '돌 그리고'에서 수십 t의 크기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자연석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방짜유기박물관.

'시인의 길' 바로 옆에는 지난 5월 문을 연 방짜유기박물관이 있다. 평일 300~400명, 주말과 공휴일 1천200~1천4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팔공산의 새 명소다.

1만 6천㎡ 규모인 박물관에는 구리에 주석을 넣은 놋쇠를 두들겨 만든 징, 꽹과리, 제기, 식기 등 방짜유기 1천480점이 전시돼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 이봉주 씨가 수집·제작한 방짜유기를 희사해 박물관은 문을 열었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기증실, 재현실, 영상교육실, 문화사랑방, 기념품숍, 사무실, 휴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첨단 게임시설과 망치치기, 징 때리기 등의 체험장도 있어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흥미롭다. 박물관 주변 '연인 거리'는 짝을 이룬 남녀의 산책길로 인기를 얻고 있다. 문의053)053-606-6171.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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