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열린 제62회 경찰의 날 기념식 치사를 통해 수사권 조정과 경찰대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경찰 내부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노 대통령이 경찰대 문제에 대해 우회적 표현을 동원해 폐교방침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경찰 내에 난기류가 일 조짐이다.
◆수사권 조정=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검찰-경찰 간 수사권 조정은 지난해 초부터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작년 3월 물러난 이해찬 전 총리로부터 관련 업무를 넘겨받아 '물밑 중재'를 시도해 왔으나 검찰-경찰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195·196조는 검사만 수사의 독자적 주체로 규정하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지휘를 받아야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검찰청법 53조는 '사법경찰관리는 범죄수사에 있어서 소관 검사가 직무상 발한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조항 개정으로 검·경이 대등한 수사주체로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직무집행정지 명령권, 교체·임용·징계 요구권 등으로 경찰에 대한 지휘·통제를 하겠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수사권 조정이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
노 대통령은 이날 "공약했던 수준보다 한발 더 나아간 안을 마련해서까지 중재하려고 했으나 여러분의 조직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경찰조직에 책임을 돌린 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수사의 독자성 인정과 검찰의 사법적 통제를 절충하는 방향으로 합의하는 것이 현명함을 강조했다.
◆경찰대 문제=노 대통령이 이날 "특정 집단의 독주체제가 조성되는 것은 경찰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은 경찰대 출신 경찰간부들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은 "출신의 연고에 따라 내부집단이 형성되고 특정 집단의 독주체제가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찰 스스로 경계하며 절제하고 자기혁신의 과제로 삼아 고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는 지난 8월 말 '이택순 경찰청장 퇴진'을 주장한 경찰대 1기 출신 황운하 총경의 징계과정에서 경찰대 동문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였던 사실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논의과정에서 경찰 내 강경론을 주도했다는 인식이 노 대통령 발언의 배경에 깔린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특히 노 대통령이 "장차 제도개혁까지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경찰 내외에서는 "경찰대 폐지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대 출신 경찰간부들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는 반면 비(非)경찰대 출신 경찰관들은 노 대통령 발언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이날 기념식이 끝난 뒤 "'특정 집단'이 무엇을 가리킨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을 받자 난감한 표정으로"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최재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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