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통해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선택한 금융상품. 그런데 이름부터 어찌나 어려운지, 은행 등 금융권 직원의 말이나 그들이 내민 문서를 받아들면 고객들은 머리부터 아팠다.
이런 가운데 농협 대구지역본부가 '이색 서비스 운동'을 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설명 잘하기 운동'.
농협은 우선 어려운 금융용어부터 바꾸고 있다. 영어를 잘 모르는 노인들에게조차 'CD'라는 글자를 무심코 들려줬지만 최근엔 꼭 양도성예금증서라고 불러주고, 이에 대해 정확히 풀어주기도 한다.
한자어로 된 용어도 최대한 고쳐 쓰고 있다. 출금전표는 '찾으실 때'로, 펀드 환매는 펀드 찾으실 때, 외국환 매입·매도는 외국돈 사고 파실 때 등으로 바꿔 불러준다.
사실 금융기관 직원들은 자신들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외래어나 한자어를 남용했었다. 예를 들면 위험이라는 쉬운 말도 있는데 영어를 모르는 사람 앞에서까지 '리스크(risk)'라는 단어를 썼다. 고객들은 얕은 지식이 탄로날까봐 그냥 듣고 있었다.
농협은 직원들이 바쁜 와중에 이런 서비스 정신을 잊어버릴까봐 '설명 잘하는 농협'이라는 명찰까지 붙이도록 했다. 고객들이 이 명찰을 쳐다보고 힘을 얻어 당당하게 '쉬운 말로 설명해주세요.'라고 요구하도록 한 것.
이준학 농협 대구지역본부장은 "올해 '타면자건(唾面自乾·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침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라는 말을 고객응대의 기본자세로 설정했다."며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만큼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 첫발걸음으로 직원들이 귀찮고 성가시더라도 설명을 더 열심히 하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고 했다. 한편 농협 대구지역본부는 이달 전국 농협지역본부 가운데 '하반기 고객서비스 최우수 지역본부'로 선정됐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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