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반가운 시중은행의 서민금융 진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은행·우리은행 등의 시중 은행이 그간 일본계 자본의 전유물로 되어 왔던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위하여 금융당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현재 법으로 정해진 연리 49%의 살인적인 고이율을 누리면서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엔화 정기예금 금리가 1% 미만의 극소 이율인데 반해, 우리의 금리는 6%에 육박하는 고율에 따른 이자율 차이는 물론이고, 1엔당 약 100원이던 시기에 돈을 들여와 90원인 시기에 회수해 가는 데 따른 약 10%에 달하는 외환차익까지 합하면 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소위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 반면에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시중은행의 서민금융 대부이자율은 25% 수준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하니, 그간 일본계 대부업체의 고이율에 시달려 왔던 서민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있을 수 없다.

이자는 돈의 값이다. 돈의 공급은 부족하고 돈의 수요가 늘면 당연히 값, 즉 이율이 올라간다. 서민금융의 특성상 대출 후 회수 불가능한 경우의 위험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 금융보다 돈의 값이 더 비싼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가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무제한의 자유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현대 경제이론에서 재론의 여지없는 원칙이다. 따라서 그간 법으로 정한 연리 49%의 이자에 엔 캐리 트레이드에 따른 차익까지 즐기던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수익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우리 서민들에 대한 대책은 진작 마련되었어야 했다.

더구나 외환위기 처리 과정에서 기업의 부채가 은행의 부채로, 은행의 부채가 일반 가계의 부채로 전이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반 서민들의 생계를 위하여 싼 서민금융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더욱 돋보이는 것은 금융당국의 발상법이다.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규정을 선포하거나, 창구 지도를 통하거나 하는 등의 틀에 박힌 행정적 강제력을 동원하지 아니하고 시장에 더 많은 신규 진입자를 투입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시장의 원리에 충실하면서도 서민을 보호하는 좋은 방안으로 평가된다. 기업이 원가절감 노력의 결과 이익을 향유하는 경우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제재의 칼을 빼겠다는 어떤 행정부처의 발상에 비해보면 그 신선함이 더 돋보인다.

시중 은행들로서도 서민금융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은행도 기업이므로 기업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의 본질은 재언할 필요도 없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사회로부터 기업의 성장 발전에 필요한 이윤을 획득하는 것이 아닌가?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 많은 이윤을 얻을 터이나, 이윤이 많으면 또한 신규 진입자가 많아진다는 것도 자명하다. 이렇게 보면 그동안 일본계 대부업자들의 독무대가 되어온 시장 분야에 진출하여 시중은행으로서도 이윤을 획득하고 소비자인 서민금융 이용자에게도 더 유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 본연의 행동 규범과 일치한다.

소액 신용 대출 수요자는 약 5백만~6백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연리 49%의 고이율로 인하여 근근이 번 돈의 대부분을 이자로 내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연리 25%의 서민금융 수단이 생긴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 중 반가운 소식이요, 가계대출이 날로 늘어가서 나라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이때에 이러한 숨통을 터놓는 조치를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라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길을 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소식이다.

시중은행들이 서민을 상대로 고이율의 대부업을 영위한다는 말에는 신경 쓸 것 없다. 그 서민들은 연리 49%의 이잣돈을 쓰던 서민들이므로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것이다. 고통받는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는 것은 어진 마음의 극단(惻隱之心 仁之端)이라고 했다. 고율의 이자로 고통받는 사람을 측은하게 여겨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仁(인)을 실천하는 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연신(한국선박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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