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스토리 텔링

요즈음 스토리 텔링이 새로운 화제다. 최근 런던에서 붐이 일어났고 우리나라 TV프로까지 생겨났다. 스토리 텔링은 말 그대로 '이야기하기'이다. 옛날 이야기를 그대로 해도 좋고 새로 지어내서 해도 좋고 남의 얘기를 적당히 바꿔서 해도 좋다.

소재나 형식도 아무 제한이 없는 단순한 이야기, 이것은 바로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고모 삼촌들로부터 기나긴 겨울밤을 지새우면서 들어온 옛날 이야기인 것이다. 겨울이 우리보다 긴 영국의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는 이야기가 많은 나라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도 나왔을 것이다.

독일이나 러시아 역시 이야기가 많은 나라다. 해리포터 역시 현대판 스토리 텔링이고, 바그너의 오페라도 그러하다. 우리나라도 직업적인 이야기꾼이 있었을 정도로 이야기가 많았고 이야기를 좋아했다. 우리나라의 TV광고를 자세히 보면 스토리 텔링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핏속에는 많은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잘할 수 있는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지금의 한류 역시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이후 100년간 닫혀 있던 말문이 민주화와 함께 한꺼번에 터진 덕분이다.

말문이 터지면 생각의 문이 터지고 이 두 가지가 터지면 세상이 갈등에서 화해로, 고집에서 포용으로, 외로움이 감동으로, 어색함이 자연스러움으로, 딱딱함이 부드러움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말문은 더욱 크게 열어주어서 스토리 텔링이 끝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제 세계가 이야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예술 콘텐츠의 새로운 보물로 여기게 될 것이다.

나는 초청 강연을 하거나 강의를 할 때도 컴퓨터나 스크린을 사용한 P.T 도구들을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로 한다. 모든 정보나 내용을 요약해서 문자나 표로 만든 것은 유용할지는 모르나 감동시키거나 스토리로 각인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스토리 텔링은 가장 원초적인 공연예술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하든지 표정연기와 연극적인 대사, 몸짓, 효과음을 사용하는 연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상력을 동원하고 기승전결까지 만들어서 이야기를 듣는 대상을 감동시키거나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생활에서는 정해진 방식이나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장래에는 집단적인 문화보다 개인적인 문화를 중시하는 시대가 될 것이며, 정해진 방식보다는 자기만의 특별한 방식이 더욱 가치를 존중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저마다 스토리가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박명기 대구문화예술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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