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페라가 있어 행복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결산

2007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5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0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오페라축제의 가장 큰 성과는 오페라가 시민 속에 확실히 뿌리내렸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성과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진행된 오페라 저변확대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이번 축제의 성공은 도시 품격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은 전야제와 개막공연에서 이미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달 1일 열린 개막공연 '정명훈과 모차르트'의 경우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공연을 1만~3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었는지 인터넷에 강한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오페라하우스 좌석의 상당수를 점령했다.

대구시민들의 오페라축제에 대한 기다림은 예매 상황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예전에는 통상 공연 1, 2주 전부터 본격적인 예매가 시작된 반면에 올해는 공연을 3, 4주나 남겨둔 시점부터 활발하게 표가 팔려나갔다. 공연 당일 현장에서도 입장권을 구할 요량으로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개막공연 이외에 오페라 인형극 '도나우아가씨' '나비부인' '봄봄' 등은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갔고, '오델로' '라트라비아타'의 경우는 공연을 2주 이상 남겨놓은 상태에서 좌석의 90% 이상이 판매되기도 했다.

실제 오페라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기 부담으로 관람을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만 진정한 지역문화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에 따라 초대권을 5% 이내로 제한한 것을 감안하면 대구시민의 반응은 '놀랍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서울에 살다 최근 대구로 이사온 이상진(52·수성구 범어동) 씨는 "나비부인 첫날과 마지막 날 공연이 매진돼 어렵게 둘째 날 입장권을 구했다."면서 "대구시민들의 오페라 열기가 이 정도까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공연된 작품 수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나비부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오델로' '라 트라비아타' 등 메인 오페라 공연은 오페라의 참맛과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동유럽 최고의 오페라단인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오페라단의 '오델로'와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는 물론이고 한·일·이탈리아가 합작한 '나비부인', 대구시립오페라단과 서울시오페라단이 합작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도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합작'을 통해 대구오페라축제의 수준을 높인다는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또 대구출신 성악가들의 우수성도 함께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대구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가 한국을 대표하는, 또 해외 유명 성악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더 낫다."는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립오페라단 1개 작품을 만드는 데 드는 예산보다 적은 돈으로 아시아 유일의 오페라축제를 개최하면서 이 정도 수준과 규모의 축제를 열 수 있는 것은 대구의 음악 인프라가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천덕꾸러기(?)처럼 생각됐던 소오페라와 부대행사가 시민들의 환호를 얻은 것도 올해 축제의 특징이다. 특히 모차르트의 소오페라 '극장지배인'(독일 칼스루에 국립극장)은 80% 정도밖에 좌석이 차지 않았지만, 공연을 본 시민들은 "소오페라가 이렇게 재미있고 완벽할 수는 없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탈리아 국립 아테르발레토의 '로시니 카드 & 바흐에 대한 헌정'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서울에서 10만 원은 내야 볼 수 있는 발레공연을 대구시민들은 3만 원에서 1만 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세계적인 오페라축제로 발전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제한된 예산과 여건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냉엄한 국제적 평가는 이와 관계 없이 '최고 수준의 작품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선주 오페라축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5년간의 노력으로 오페라축제가 시민축제로 자리 잡은 만큼, 내년부터는 전문 오페라축제로 새로운 질적 도약을 모색할 시점이 된 것 같다."면서 "대기업 후원 확보, 신인 또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시스템과 오페라축제의 연계 등 다양한 방향에서의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7일 오후 3시 대구프린스호텔 별관에서는 '대구오페라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2007대구국제오페라축제포럼'을 개최한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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