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흔히 개성없는 '성냥갑'에 비유된다.
외관 뿐 아니라 단지내 동일 면적 아파트의 경우 똑같은 평면과 마감재를 사용해온 탓이다.
하지만 주택회사들이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같은 공급 면적이라도 다양한 평면과 마감 인테리어를 적용하면서 윗층과 아래층, 복도를 마주한 앞뒤 집이 서로 다른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같은 아파트라도 입주자 연령층과 선호도가 다르고 취향에 따라 입주때 다시 공사를 하는 집들이 많은만큼 '개별 맞춤형' 시공이 인기를 끌수 밖에 없다."며 "기존 아파트와 비교하면 시공상 어려움이 많지만 앞으로는 '겉은 같아도 속'은 서로 다른 아파트가 일반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평면 적용
동구 율하동 신창건설의 '율하역 비바 패밀리'는 115㎡(33평형) 단일 면적 900 가구로만 구성된 단지. 그러나 모델하우스는 3가지 다른 평면으로 구성돼 있다.
신창건설 관계자는 "단일 면적 아파트만 있어 다양한 수요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차별화된 특징을 가진 평면들을 만들었다."며 "큰 범주에서 보면 3가지 평면이 있지만 실제 단지는 6개의 서로 다른 평면을 가진 집들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이 단지내 주요 평면은 단순한 스타일의 모던 타입과 기존 아파트와 비숫한 평면을 가진 클래식, 동양적인 느낌을 강조한 오리엔탈 타입으로 분리돼 있으며 각 평면별 마감재 색깔도 실버와 화이트, 고동색 등으로 차별화 돼 있다.
화성산업의 '수성파크 드림' 단지는 이지 오더 시스템 (Easy-Order System)과 온 타임 옵션제 (On-Time Option)를 적용하고 있다.
이지 오더 시스템은 쉽게 설명하면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선택하는 방식이며 온타임 옵션제는 마감재 공사 직전 입주자가 계약때와 다른 최신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화성산업 김재엽 기술개발팀장은 "수성 파크 드림 단지에서 온 타임 옵션제가 적용되는 마감재는 무늬목 색상과 벽지, 마루, 빌트인 가구 등이고 이지 오더 시스템은 월넛톤의 클래식 스타일과 그레이 또는 화이트 톤의 모던 스타일로 구분된다"며 "마감 공사가 끝나게 되면 같은 크기라도 10여 가지 타입의 집들이 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내에 색깔을 입혀라
지금까지 대구.경북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실내 색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난함'이다. 물론 튀는 것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탓이다.
이에 따라 마감재 색깔로 화려한 원색 사용은 금기시 돼 왔으며 대부분 색상이 화이트나 회색, 고동색 계열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내달 분양 예정인 태왕의 '대봉동 아너스' 110㎡ 형 주방 가구는 강렬한 붉은 원색톤을, 입구 신발장은 화사한 연두색으로 마감, 기존 개념을 무너뜨렸다.
권진호 영업이사는 "상당히 파격적인 색깔이라 적용을 두고 고심을 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품평회에서 예상외로 주부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쏟아졌다."며 "50대 이상 분들중 일부는 거부감을 나타내 원하는 세대에 대해서는 다른 색깔 선택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구 태전동에서 내달 분양에 들어가는 한라주택의 '칠곡 3차 하우젠트'는 파스텔 톤을 주요 마감 색상으로 적용했다.
벽지와 마루, 주방 가구 등에 카키와 그린, 화이트 색상을 섞어 전체적으로는 파스텔톤 분위기를 내며 3가지 마감재 색상을 계약자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세분화된 공급면적
아파트의 최근 트랜드 중 하나는 세분하된 공급 면적. 일반적으로 분양 아파트 공급면적은 110㎡(30평형대), 132㎡(40평형대), 160㎡(50평형대), 198㎡(60평형) 등 30㎡를 기준으로 나누어져 왔다.
요즘 달라진 것은 기존 공급 면적 중간에 125㎡(38평), 140㎡(43평)이 점차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분양 시장이 침체되면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160㎡형 이상의 대형 아파트가 사라진 대신 시공사들이 계약자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을 고려해 15㎡(5평) 정도로 공급 면적을 세분화 시키고 있다.
실제 내달 분양을 준비중인 수성구 범어동 삼오의 'e-편한세상'은 700가구를 112㎡(34평), 128㎡(39평), 148㎡(45평),161㎡(49평)으로 북구 칠곡 3차 한라하우젠트(400가구)는 110㎡(33평), 125㎡(38평), 135㎡(41평), 151㎡(46평)형으로 공급 면적을 세분화했다.
분양대행사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아파트를 짓기만하면 팔리던 시절이 끝나면서 분양 시장이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더욱 다양한 평면과 색상, 실내 인테리어 등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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