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터치] 반값아파트 공급실패

"정부 의지부족 탓"-"정치권 졸속타협 탓"

반값 아파트로 이름이 붙은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자 정부와 정치권 사이에 책임 논란이 뜨겁다. 부동산에 대한 기대 심리나 현실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비판, 가격이나 입지 등을 놓고 볼 때 정부의 추진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 등이 쏟아진다. 반값 아파트라는 의제 자체가 정치적이었다며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시범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를 분석해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 실패 원인

대한주택공사가 정부 정책에 따라 경기도 군포 부곡지구에 내놓은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은 최근 일반 공급분 620가구를 모집했는데 청약자가 101명에 그쳐 실패라는 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가격이 너무 높거나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견해는 이전부터 파다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분양가는 일반 아파트의 55% 수준이지만, 토지임대료로 월 37만~42만 원을 내야 한다. 관리비 난방비까지 감안하면 서민 가구에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분양가가 일반 아파트의 거의 90% 수준이다. 게다가 자유롭게 팔 수도 없으니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무엇이 장점인지 알 수가 없다. 반값이라는 소리에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청약대기자들은 우롱당한 기분이 아닐 수 없다.'(신문 사설)

가격이 반값을 훨씬 넘어선 데는 주공과 정부가 반값으로 떨어뜨리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가의 핵심을 이루는 땅값과 건축비에 낀 거품을 빼고 실질적으로 원가에 기초한 적정가격을 책정하려 하지 않고, 기존의 고분양가 책정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기 때문이다. 첫째, 건축비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았기 때문이다. 둘째, 땅값을 실질적으로 낮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보도자료)

상황도 여의치 않고 의지도 없는 정부가 이번 정책을 추진한 것은 정치권의 논리에 끌려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이 토지임대부 주택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열린우리당이 환매조건부 주택으로 맞서면서 두 가지 모두 시범실시하기로 정치적 타협을 본 데 따른 것. 그러나 이를 이유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비난이 따갑다. 원인을 제공한 정치권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권의 압력에 떠밀려 할 수 없이 추진했다는 청와대의 고백은 애초부터 이 사업에 의지나 관심 따위는 없었다는 뜻 아닌가.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해 놓고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정치권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법률로 제안했으면 추진 과정을 꼼꼼히 살펴봤어야 했다. 실패로 드러나자 법안 내용과 다르다며 허물을 몽땅 정부에 덮어씌우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신문 사설)

▨ 포기냐 보완이냐

정부는 시범사업의 최종 결과를 본 뒤 후속 사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실상 사업 포기로 비친다. 전문가들 중에는 반값 아파트 개념은 없애야 하지만 제도의 근본 취지는 살려야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투기가 아닌 주거 목적의 주택을 실수요자들에게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선 이번 사업의 성패를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약미달이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한다면, 공공이 4,855대 1의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을 공급했다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주택분양시장에서 인기는 미래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뿐이다.'(신문 칼럼)

제대로 추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기에는 반값 아파트 정책의 취지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이만한 정책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천의지이고 실패를 거듭하지 않게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책임공방으로 허송세월할 일이 아니라 가능성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정부는 의도된 실패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번의 실패로 정책을 후퇴하거나 백지화하는 것은 스스로 무능 무책을 인정하는 셈이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꺾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신문 칼럼)

반값 아파트 성공의 관건으로 토지 가격 비중을 낮추는 것이 꼽히는데 여기에는 논란이 있다. 정부쪽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대로 된 택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민간 사유지를 감정가격에 사들여 택지를 조성하기 때문에 땅값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위해 수도권 땅을 사들여야 하는데, 한 해 12조 원에 불과한 주택관련 정부 예산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부에서 반값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손해를 보고라도 택지조성원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택지를 공급한다면 분양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가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국정브리핑)

'군포 시범단지의 분양가가 높은 이유는 비싼 토지가 때문이다. 그 지역은 사유지가 대부분이어서 택지 조성비가 많이 들었다. 시범단지로서는 입지선정부터 잘못된 것이 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그린벨트나 국유지를 싼 값으로 공급하면 반값 아파트는 가능해진다.'(신문 칼럼)

반값 아파트 정책의 실패 원인 가운데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수요자들이 주택을 주거보다 소유 개념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유와 거래에 제한이 딸린 아파트는 성공하기 힘들다.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임대 형식의 주택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뿌리 깊은 소유의식의 주거문화 탓이다. 주택을 소유에서 주거 개념으로 바뀌도록 하는 의식전환이 중요하다. 부동산이 주요 재산이고 부동산이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자리잡혀 있는 마당에 소유가 아닌 임대는 인기를 얻기 어렵다. 앞으로 외국에서처럼 주택의 거주개념이 보편화될 때까지 정부가 싸면서도 질 좋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신문 칼럼)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아파트란

토지임대부 아파트란 토지는 빌려주고 그 위에 지은 아파트만 분양하는 형태다. 분양가에는 건물 값만 포함되기 때문에 인근 지역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토지를 빌린 임대료는 계속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환매조건부 아파트는 주공 등이 아파트를 지어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하되 일정 기간 뒤에 다시 파는 조건이 딸린 것을 말한다. 집을 마음대로 팔 수 없는데다 되팔 때의 가격도 분양가에 은행 이자 수준만 더 받을 수 있어 재산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