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험학습] 구미 금오산

영남사림 길재 선생 후학 길러낸 '명산'

금오산은 해발고도(현월봉 976m)는 그리 높지 않지만 주변이 비교적 평지로 둘러싸여 있고 오랜 침식작용에도 깎이지 않는 아주 단단한 유문암과 안산암 등 화산암류로 구성되어 있다. 이로 인해 산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급경사의 모습을 나타내며 산의 높낮이 차가 심해 멀리서도 험준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안동에서 흘러온 낙동강 물줄기가 내성천과 합류하여 상주를 지나고 다시 군위, 의성을 흘러온 위천과 합류한 낙동강은 다시 선산에서 감천과 만나 해평과 고아를 지나 구미를 흐르며 칠곡의 약목을 끼고 왜관으로 흘러간다. 홍수 때 범람하면서 만들어 놓은 넓은 충적평야는 예로부터 기름진 터전을 만들어 주었다. 남쪽에서 우뚝 솟아 이들을 굽어보는 산이 금오산인 것이다.

금오산은 골짜기마다 남성적인 기상이 넘치는 기암괴석에 힘과 기백이 서려 있고, 빼어난 경관을 갖추고 있어 훌륭한 인물 역시 많이 배출하였다. 그림 2 회고가 특히 영남사림의 원류 야은 길재 선생이 오직 성리학에만 증진하며 후학을 길러낸 곳이 바로 금오산이다. 선생의 문하에는 김숙자 등 많은 학자가 배출되어 김종직,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로 영남학파의 학통을 잇게 했다. 구한말 의병을 일으켜 서울진공작전을 전개했으며 의병활동의 기세를 떨친 왕산 허위 선생 또한 구미 출신이다.

금오산의 지형적인 특징을 보면 화산암 계통의 암석으로 구성되어 주변 지역에 비해 침식에 강하기 때문에 잔구성(오랜 침식작용에도 남은) 산지를 이루고 있다. 차별 침식(단단한 암석과 연한 암석의 침식 차이)으로 형성된 잔구는 구릉성 산지에 비해 경사가 급한 편이다. 금오산 정상부는 소위 고위평탄면의 형태인데, 정상부근(800m)에 발달한 고원은 전형적인 잔구 위의 평탄면의 형태를 띠고 있다.

고위평탄면은 해발고도 700m이상의 높고 평탄한 산지지형을 말한다. 중생대 대보조산운동 이후 오랜 세월의 침식으로 평탄해진 한반도가 신생대 제3기 비대칭적인 경동성(傾動性) 융기운동으로 융기하였다. 이때 이전의 평탄면은 하천 골짜기를 중심으로 침식이 활발히 진행되나, 그 평탄면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산지의 곳곳에 남게 되는데, 이것을 고위평탄면이라고 한다. 고위평탄면은 융기 이전의 한반도가 평탄 지형임을 반영하는 증거가 되는 대표적 지형이다. 평창, 대관령, 무주, 진안, 장수의 진안고원, 금오산, 육백산 등도 고위평탄면에 해당된다. 북한의 개마고원도 고위평탄면에 해당된다.

강원도 평창군에는 평창, 봉평, 용평, 장평 등 '평'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이 지역은 대부분 경사가 급하고 가파른 산지를 이루고 있지만, 정상 부근에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평탄면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평탄면을 이용하여 산성을 축조하였는데 이것이 금오산성이다. 금오산성은 976m의 험준한 금오산 정상부와 계곡을 감싸 내·외성 2중으로 돌로 쌓아 만든 산성이다. 내성은 정상부에 테를 두른 모양으로 쌓았는데 둘레가 10리나 되며, 험한 절벽에는 따로 성벽을 쌓지 않았다. 외성은 계곡을 감쌌는데 둘레가 5리나 되며, 내·외성벽의 길이는 6.3㎞나 된다.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이미 마을(성안마을)이 형성되어 왔으며, 산성이라는 역사적 유적을 가지고 '산성마을'이란 특수한 촌락기능을 담당해 왔다.

금오산은 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1977년 구미 금오산에서 당시 고 박정희 대통령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강산을 더 아름답고 쓸모 있게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고 자연을 내 몸 같이 아끼고 보호하는 정신이 바로 국토를 지키고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이며 곧 애국심이라고 강조한 것을 계기로 자연보호운동이 점화, 1978년 10월 5일 역사적인 자연보호헌장이 선포되었다.

■ 주변에는 이런 곳도 있어요

▲약사암=신라의 고승 의상대사(625~702)가 초년에 천하비경을 찾아 이 바위 아래에서 참선할 때 하늘의 선녀가 하루 한 끼의 주먹밥을 내려주어 하루하루 요기를 했고 약사여래가 내려와 시중을 들어줌으로써 사바의 번뇌를 끊고 득도하여 고승이 되었다는 전설과 함께 붙여진 이름이 약사봉이며, 그 약사봉에 걸쳐 있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암자가 약사암이다.

▲대혜폭포와 도선굴=대혜폭포는 금오산 중턱인 400m지점에 있는 높이 28m의 큰 폭포로 금오산을 울린다 하여 명금폭포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폭포의 소리가 웅장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 자체도 웅장하지만 절벽이 에워싸고 있는 주변 경치 또한 아름답다. 여름이면 이 폭포에서 물맞이를 하기도 하고 겨울이면 폭포가 얼어붙어 빙벽등반을 즐기기도 한다. 도선굴은 대혜폭포 우측 절벽 중턱에 위치한 반원형 천연동굴로 신라말 도선(풍수지리학자)이 이곳에서 도를 깨우쳤다고 전해지고, 고려 말의 길재 선생도 세속을 피해 은거했다는 곳이다.

▲채미정=야은 길재(1353∼1419) 선생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이다. 채미정이란 명칭은 중국의 백이·숙제가 고사리를 캐던 이야기에서 따온 이름으로, 길재 선생이 고려가 망한 후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벼슬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서 은거생활을 한 데서 유래하였다. 길재 선생이 세종 1년(1419)에 별세하자 나라에서 '충절'이라는 시호를 내렸고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선생과 함께 고려의 삼은이라 일컫게 되었다.

채미정은 벽체가 없이 기둥만 16개이다. 앞면과 옆면 모두 3칸씩으로, 중앙에 방을 만들고 사방을 마루로 한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숙종(1674∼1720)이 직접 써서 선생의 충절을 읊은 오언시를 경모각에서 보존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유적이 있으나 오랜 세월에 황폐화되어 1977년 정부에서 보수하였고, 현재는 잘 정돈해 놓았다.

■ 함께 가면 좋은 체험학습 장소들

▲박 전 대통령 생가=1963년 제5대부터 제9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을 지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는 228평의 대지에 생가, 안채, 분향소, 관리사 등 4동의 건물이 있다. 생가 건물 중 초가는 원상태로 보존되고 있으며 1993년 2월 25일 경상북도 기념물 제86호로 지정되어 유족과 구미시에서 공동 관리하고 있다.

▲해평습지=경북 구미 해평 갈대밭과 습지는 낙동강 주변 비옥한 농경지와 배후습지가 잘 발달돼 있어 겨울이면 다양한 철새들(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와 제203호인 재두루미 등)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1998년과 2001년에 걸쳐 철새 집단도래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의 면적은 총 900㏊로 해평리 일대를 비롯, 원리와 산동면까지 낙동강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도리사=도리사는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신라에 최초로 건립한 사찰이다. 당시 신라에서는 불교를 허용하지 않은 때였다. 신라의 불교는 도리사가 건립되고 약 100년 뒤, 이차돈이 묵호자란 이름으로 불교를 포교했다고 전해진다. 도리사라는 이름은 이곳에 복사꽃과 오얏꽃이 많이 피어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김시구(영남삶터탐구연구회·원화여고 교사)

참고자료: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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