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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커뮤니티 아트

예술가가 일반 사람들과 함께 또는 그들을 지도하는 형태로 지역공동체 가운데서 행하는 예술이 있다. 이것을 '커뮤니티 아트'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만드는 사람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의 보통 사람들이다.

프로인 아티스트가 창조한 것을 일반 시민들이 감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들이 주역이 되고 만드는 제작자가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활로부터 유리된 아트를 생활 속에 끌어들이고, 평소 아트와 인연이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아트의 재미와 의의를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구에서는 아트의 향수층을 넓히는 중요한 정책으로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커뮤니티 아트는 아티스트가 지역민들의 표현활동을 도와주는 참가형 활동으로, 지역의 새로운 변혁을 일으키게 하는 힘을 갖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커뮤니티 아트'라는 말이 그다지 정착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참가형 프로그램이나 '치유 아트'라고 하는 이름 아래 조금씩 실천되고 있다. 공공시설 또는 신체장애자나 노인 홈 거주자에게 아티스트가 직접 찾아가 작품을 함께 제작하기도 하고 작곡 워크숍을 행하는 경우가 있다.

또 극장이나 미술관과 같은 기존의 예술시설이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지역의 학교 병원 등에 찾아가서 행하는 아웃 리치(Out-Reach) 활동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역의 어른들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사진들을 모아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적어서 그 지역의 역사사진첩으로 출판하기도 한다.

이처럼 각 지역의 주민층, 문화적 배경, 관심의 대상 등에 기초해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기획하고 시행한다. 이것은 널리 사람들이 아트와 친해지는 방법이며 또 아티스트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민주주의 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이다.

여기에서는 창작되는 작품의 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아트 창조의 활동에 '참가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회의 구성원 각자에게 창조의 프로세스에 참가하는 기회를 부여하고, 자신이 아트 시스템의 향수자임과 동시에 창조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커뮤니티 아트는 모든 사람이 사회의 창조와 운영에 대한 참가자라는 사실을 자각시켜주는 활동이다. 창조의 프로세스에 참가함으로써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고 흥미로운 발견을 추구한다. 지역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활기찬 생활에 임하는 용기를 갖는다. 이것이야말로 곧 지역 활성화·건전화로 이어지는 활동이다.

민주식(영남대 조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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