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목적을 이루는 데는 다섯 명의 중요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이 후보 본인이고, 둘째는 박근혜 전 대표, 셋째는 노무현 대통령, 넷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다섯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김 전 대통령은 이 후보와 대척점에 있기 때문에 논외로 하더라도 박 전 대표는 다르다. 박 전 대표의 협력을 끌어내느냐는 이 후보 본인에게도 문제지만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세력에게도 다급한 문제다.
그런데 요즘 이 후보 주변을 보면 박 전 대표를 염두에 두기나 하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물론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이 후보 지지율 때문에 이 문제를 아랑곳 않는 일부 인사가 있을 수는 있다. 박 전 대표와 협력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지지율 정도면 무난히 당선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두 번의 대선패배를 경험한 당원과 야당 지지자들의 입장도 그럴까. 지난 두 번의 대선패배를 두고 여러 패인을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당시의 '뺄셈정치'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에 안주해 뺄셈정치를 거듭해오지 않았나.
이쯤 되면 이 후보 본인의 입장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는 지난 9월 7일 경선 후 처음으로 박 전 대표를 만났다. 경선 후 보름을 넘긴 시점이어서 다소 늦은 감이 있었지만 이 후보가 워낙 '박 전 대표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기 때문에 진정성에 의문을 다는 사람들은 없었다.
회동 역시 성공적이란 평가였다. 박 전 대표는 '후보 중심의 당운영'을 강조했고 이 후보 역시 "수시로 연락 드리겠다."며 두 손을 꼭 잡았다. 주변 사람들도 이제 남은 건 두 사람 간의 대선 협력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동 한 달여가 지났지만 두 사람 간에 당시 보인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당 사무처 인사를 두고는 박 전 대표의 직접적인 불만까지 전해졌다. "나를 도운 게 죄냐."며 이 후보 측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때문인지 이달 초 선대위 상임고문에 위촉됐지만 박 전 대표는 아직 선대위 회의에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 후보가 박 전 대표를 완전히 외면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박 전 대표 측 김무성 의원에게 측근 의원들을 보냈다는 소리도 들린다. 양측 화합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측근들도 요즘은 박 전 대표의 중요도를 자주 건의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박 전 대표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 후보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후보 역할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일이 다가와 박 전 대표가 움직인다 하더라도 억지로 움직이게 해서는 안 된다. 이 후보가 이-박 회동 때 보인 '진정성'을 또다시 발휘해야할 시점이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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