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영화 침체 어디까지…

하반기에 선보일
하반기에 선보일 '세븐데이즈'와 '우리동네' '식객' (위로부터) 이들 개성있는 작품들이 올 한국영화계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요즘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이 관객들의 불만이다. 지난해는 '괴물', '타짜', '미녀는 괴로워' 등 영화사를 새롭게 쓴 대작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디 워', '화려한 휴가' 이후에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을 뚜렷한 대작이 없다. 이 때문에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 점유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한국영화 성적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 한국영화, 빨간불

영화진흥위원회가 1월부터 9월까지 한국 영화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영화 침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모두 280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이 늘었다. 이 중 한국영화는 81편이 개봉해 지난해 82편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관객은 오히려 줄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45.4%. 1월 55.3%, 2월 76.1%로 출발은 좋았지만 5월 27.2%, 6월 30.4%, 7월 19.8%로 무너지며 상징성이 큰 관객점유율 50%가 무너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5.5%나 감소한 것.

이 때문에 올해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 50%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영화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인도를 제외하고 거의 유일하게 할리우드에 맞서 자국영화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해왔다.

특히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9월 극장 관객수는 8월의 5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9월은 여름방학, 크리스마스와 연말, 설연휴와 함께 영화시장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연휴가 있었지만 폭발적인 관객수를 기록한 작품이 거의 없었다. 10월 들어 영화시장은 더 급락했다. 10월 첫째 주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행복'은 첫 주말 58만 3천56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행복'은 둘째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지만 관객수는 첫 주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21만 7천60명이었다.

◆ 대작이 없다

이렇게 관객들이 극장을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영화 대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여름 성수기 '괴물'의 흥행을 '타짜'가 잇는 등 대작의 명맥이 고루 유지됐지만 올해는 '디 워'와 '화려한 휴가'의 뒤를 잇는 대작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연말까지 특별히 기대작이라 할 만한 영화가 눈에 띄지 않아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애초 연말 개봉 예정이던 '신기전'과 '무방비 도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놈놈놈', '숙명', '모던보이' 등이 모두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 같은 영화계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이미 다 만들어놓고도 개봉을 하지 못하는 영화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바보', '날라리 종부뎐', '일편단심 양다리', '도레미파솔라시도', '사과', '울어도 좋습니까', '무림여대생' 등이 바로 그것들.

이 작품들은 개봉 일정이 두세 차례씩 바뀌더니 슬그머니 미개봉작에 이름을 올리는 전철을 밟고 있다. 2005년 크랭크업한 '사과'는 토론토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정작 국내 개봉을 못하고 있다. '일편단심 양다리'와 '무림여대생' 등은 동남아 등에 선판매까지 했지만, 국내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개봉을 못하는 영화들이 속출하는 이유는 지난해의 이상 호황과 올해의 극심한 불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영화계에 극심한 불황이 덮쳐오면서 각 배급사들은 라인업을 축소하고, 확신이 서지 않는 작품은 개봉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

설상가상으로 하반기 개봉 예정인 외화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먼저 11월 15일 개봉하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SF '베오울프'는 안젤리나 졸리 등 막강 스타 파워를 자랑한다. 흥행 배우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엠 레전드'도 하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판타지 대작 '황금 나침반'도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워 12월 극장가를 공략할 전망이다.

◆ 앞으로 기대되는 작품들

'대작'은 없지만 그렇다고 영 볼만한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반기 한국영화들은 장르적 특성을 내세운 개성 있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스릴러 '세븐데이즈'와 '우리 동네', '가면' 등과 로맨틱 코미디 '용의주도 미스신', '색즉시공 2' 드라마 '식객' 등 장르 영화들이 선보인다.

이번 주 개봉하는 영화 'M'은 강동원이 출연하고 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기대를 받고 있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식객'은 원작을 충실히 스크린에 담아낸데다 음식을 소재로 대결 구도로 진행돼 관객의 오감을 자극할 예정이다. 할리우드 스타 김윤진의 영화 '세븐데이즈' 역시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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