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보라

지난 주말 직원들과 봉화의 청량산에 등산을 갔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져 다소 추웠지만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살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응진전, 김생굴을 거쳐 자소봉에 오른 다음 하산 길에 청량사를 거치는 코스를 택했다. 청량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산행 중 공기 맛은 대구 근교에 비해 한 차원 높은 청량감을 줬다.

자소봉에 오르니 수많은 등산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등산의 참맛은 등산로 입구로 내려와서 다시 반대편의 축융봉에 오르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자소봉에 오르는 길의 청량함과 아기자기함에 비하면 축융봉에 오르는 길은 밋밋하고 지루했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는 순간 눈앞이 환해지고 가슴이 다 시원해졌다.

사방 어느 곳이나 막힘없이 멀리까지 한눈에 확 들어왔다. 청량사와 자소봉의 아름다움은 그 속에서 볼 때보다 반대편의 축융봉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축융봉에는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이 한 강연에서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서민금융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됐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서민금융의 필요성은 수없이 지적됐다.

현재 서민금융은 주로 대부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높은 신용위험을 이유로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금리를 물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대부업 최고금리를 낮췄지만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회사의 휴면예금을 이용,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서민금융을 제공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서민금융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또 서민들의 신용상태가 매우 열악한 경우에서부터 상대적으로 나은 경우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서민들의 금융수요에 맞는 다양한 조건의 서민금융이 제공될 필요도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의 서민금융 취급에는 많은 논란이 따른다. 얼마 전에는 상호저축은행들이 대부업에 대출을 해줬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또 어느 은행이 대부업에 진출하려고 하다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현재 은행권 일부 금융지주회사가 캐피탈 자회사를 통해 서민금융을 확대하고 있으며 저축은행들이 연합, 대부업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여론의 반응이 매우 조심스럽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에 대한 대출에는 필연적으로 높은 신용위험이 따르므로 이러한 신용위험을 보상받을 수 있어야 금융회사는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반면 신용위험을 보상할 만큼 높은 금리는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우며 너무 높은 금리는 오히려 서민금융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서민금융 활성화의 핵심은 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이 이익을 내고 영업을 할 수 있는 만큼의 금리 등 대출조건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민들의 신용상태와 향후 부실가능성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에 대해 무조건 저리의 서민금융을 취급하라고 할 수는 없다. 저리의 서민금융 확대로 인해 금융회사에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는 다시 국민들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상호저축은행이 소액신용대출의 부실화로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제도권 금융회사가 서민금융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한 것은 서민층의 사금융 이용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민의 사금융 수요를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 등 대형금융회사들이 채무이행의지가 있는 저신용 서민층에 대한 금융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자금조달 능력과 리스크관리 능력 면에서 대부업체보다 뛰어난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하면 서민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치가 좋다는 소문에 자소봉에만 바글바글 몰리지 말고 스스로 적당한 위치와 거리를 찾아 축융봉에 올라가는 지혜를 내어보자. 아무도 찾지 않는 축융봉을 오르는 것이 바로 블루오션 아닐까?

이강세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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