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라디오를 틀면 부드러운 바리톤 음색에 실린 이 노래가 부쩍 자주 나온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아아아아아~/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생각지도 않은 선물처럼 기분을 상큼하게 해주는 노래다. 노르웨이 그룹 시크릿 가든의 곡으로 원제는 'Serenade to Spring'. 하지만 번안곡의 제목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우리에겐 훨씬 정감 있게 와닿는다.
그 누구나 자기의 삶이 멋진 날들로 가득 차기를 소망한다. 기쁘고 즐겁고 환희에 찬,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나날들이 이어지기를 꿈꾼다. 그리고 가끔씩은 그런 날들이 선물로 주어진다.
연예계 대표적 잉꼬 부부들의 잇따른 파경 소식이 들린다. 결혼 11년 된 탤런트 박철-옥소리 커플은 닭살 애정이 유난스러울 정도였는데 이혼이라니, 참 느닷없다. 중견 탤런트 이영하-선우은숙 커플의 난데없는 이혼 소식도 충격적이다.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에서 참하게 살아오더니, 그것도 辛苦萬難(신고만난) 다 겪었음직한 26년 세월 끝의 헤어짐이라니. 이혼의 변이 담담하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우린 서로 편하게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나름대로 다 곡절은 있을 게다. 하지만 한때는 그들도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라며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지 않았을까. 무쇠라도 녹일 듯 뜨겁던 사랑도 세월 따라 싸늘히 식어가는 걸 보면 허망해질 때가 많다.
여하튼 지난날엔 '외도'가 이혼의 최대 사유였지만 요즘은 '부당한 대우', '성격 차이' 등이 주된 이유라 한다. 사랑 한 줌도 찾을 수 없는 무늬만의 부부일진대 각자 제 갈 길 가는 게 현명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결혼 20년 이상 황혼 이혼의 급증세도 이런 까닭에서다.
사랑은 연날리기와 같다고 한다. 줄을 너무 느슨하게 쥐어도 연이 제대로 하늘을 날 수 없지만 너무 꼭 쥐어도 끊어지고 만다. 너무 풀어도, 너무 당겨도 문제다. 사람관계란 게 참 어렵고도 어렵구나.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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