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茶서 고추장까지…중국산 재료 전성기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식음료가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차(茶)에서부터 미숫가루, 마시는 홍초 등 건강식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국내 유명 메이커에서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토속 식품인 고추장·된장까지도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것들이 범람하고 있다.

◇중국산 음료 전성시대=기자가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구시내 대형소매점을 찾아 제품 원재료 표시를 확인한 결과 최근 초·중·고교생 등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옥수수 수염차는 거의 모든 메이커의 제품이 중국산 옥수수 수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음료는 지난해 제조업체들이 첫 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모두 '국내산 옥수수로 만든 차(茶)'라는 광고를 했던 품목들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용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옥수수 원산지=중국'이란 표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광동제약·남양유업·롯데칠성음료 등이 판매하는 옥수수 수염차의 원재료는 가끔 호주·브라질산도 섞여있긴 하지만 대부분 중국산. 이들 업체들은 올 봄까지 국내산을 썼지만 최근 국내산 가격이 오르자 중국산으로 슬그머니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옥수수 수염차 재료인 국내산 볶은 옥수수 가격은 8월 현재 ㎏당 3천500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초 700~800원에서 올 초 2천 원으로 상승했다 다시 더 오른 것. 하지만 중국·호주·브라질산은 ㎏당 1천500원선으로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이마트의'이 플러스 옥수수 수염차'(1.5ℓ, 1천990원)는 옥수수 수염 및 식물혼합 추출액 등 원료를 모두 중국산을 썼다고 표시하고 있으며 '롯데 옥수수 수염차'(340㎖, 690원), '광동 옥수수 수염차'(340㎖, 870원)의 경우도 추출농축액 등 원료를 중국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종이상자에 든 (주)담터의'대추차 플러스'(3천180원),'생강차 플러스'(3천 180원),'오미자 플러스'(2천650원)도 중국산 관련 농산물의 농축혼합분말을 사용했다.

이마트가 '히트 기획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10곡 미숫가루인 '구곡차'(3천860원)마저 검은콩 검은깨 등 중국산을 주원료로 만들었고, 삼화의 '한양 율무차'(1㎏, 3천90원)도 율무와 대추 등은 중국산을 사용했다.

대다수 사람들이 국산이라고 믿고 마시는 현미녹차까지도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다. 홈플러스 현미녹차(100티백, 3천690원)의 경우는 녹차 40%(중국산)와 현미 60% 중 83%(중국산)를 사용한 것으로 표시됐다.

◇유기농은 국내산?=국내 유명 업체가 제조해 '유기농 차'라고 표기한 차마저 사실은 중국산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흔히 유기농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국산 유기농법으로 제조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알 수 없는 것.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사는 김진산(44) 씨는 이마트에서 '유기농 보리차'라는 글씨를 보고 국산이라 믿고 선뜻 구입했으나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니 중국산 보리를 사용한 것이어서 기분을 잡쳤다."며 얄팍한 상술에 분개했다.

실제로 포장지에 '유기농 보리차'란 글씨를 크게 써놓은 청정원의' 유기농 보리차'(300g, 1천950원)와 샘표의 '순작 유기농 보리차'(300g, 1천550원)의 경우는 100% 중국산 보리를 사용했다. (주)아모레퍼시픽이 제조, 판매하는 '설록차 둥굴레'(1.2g, 1천790원)도 중국산 둥굴레를 사용하고도 '자연산 둥굴레 사용'이란 문구를 부각시키고 있다.

홈플러스 대구점 등에서 팔고 있는 샘표의 순작 '유기농 옥수수차'(300g, 1천750원)와 물로 씻어 더욱 깨끗한 '유기농 아기보리차'(160g, 1천980원), 청정원의 '유기농 검은콩차'(150g, 1천950원) 등도 사실은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

◇토속 식품도 중국산=심지어는 국내 유명메이커의 지역명을 단 고추장마저 중국산 고추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 CJ(주)의 '해찬들 태양초골드고추장' 2.8kg들이(1만 2천800원)의 경우 고추가루 11.3%중 절반가량(46.9%)이 중국산이다. 청정원의 '순창 찰고추장' 2kg들이의 경우도 고추가루 11.3%중 중국산배합량이 46.9%나 됐다. 특히 '홈플러스 태양초고추장' 2kg들이(7천300원)와 '홈플러스 된장' 1kg들이(2천490원)는 아예 원산지가 중국이다. 요즘 건강음료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미초·홍초의 경우도 중국산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청정원의 '마시는 홍초'(900㎖, 7천700원)의 경우 사과농축액으로 사용한 사과가 중국산이라고 표시했다.

◇소비자는 어떻게=소비자들은 원산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생식품(가공 안 된 농·수·축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대해서는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다국적 원산지 재료들이 섞여 있는 가공식품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제조·판매사들은 이같은 점을 이용해 제품포장을 그럴듯하게 하며 관심망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동아백화점 권오현 홍보팀장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중국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 보다 소비자 각자가 식품 의 원산지 표기, 가공정보 등을 세밀히 본 뒤 구매하는 습관을 길러야 선진국에서 유해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중국산 식품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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