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노숙인 L씨(43)가 경찰에 연행돼 대구 중부경찰서 삼덕지구대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L씨가 대구 중구 북성로의 한 사진관에 들어가 "버스비 1천 원을 달라."며 사진관 현관에서 1시간여 동안 나가지 않고 버티자 이를 참다못한 직원이 경찰에 신고한 것.
노숙인들의 '막무가내'식 행동이 도를 넘고 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물론 주변 가게에까지 들어가 '도움(?)'을 청하는 바람에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것. 특히 이들의 활동공간이 주로 도심 한복판의 공원인데다 술에 취해 있을 때가 많아 공원관리사무소도 "제발 좀 깨끗이 이용해달라."며 하소연해야할 정도이다.
23일 낮 대구시내 중심에 자리 잡은 2·28운동기념공원 벤치에는 점심식사를 마친 50여 명의 시민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빈 벤치가 없어 서 있는 시민이 적잖았지만 노숙인 차림의 남자 5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벤치 하나씩을 차지한 채 드러누워 있었다.
비슷한 시각,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접해 있는 중앙시립도서관 앞 파고라에는 10여 개의 벤치가 있지만 노숙인 10여 명이 술냄새를 풍기며 모여 있어 아무도 찾지 않았다. 잠시 뒤 이들은 막걸리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도서관을 오가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곳은 22일에도 낮 술을 마신 노숙인들이 웃통까지 벗어 던지고 싸움을 벌였던 장소.
이러한 노숙인들의 도를 넘는 행동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은 딱하고 안타깝지만 직·간접적인 피해 때문에 이러한 마음까지도 사라져버린다는 것.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매일 나온다는 K씨(65·여)는 "2, 3년 전에 폭행당할 뻔 한 적도 있어 이젠 아예 이들을 피해다닌다."며 "저 멀리서 오는 게 보이면 얼른 벤치에서 일어서 다른 곳으로 옮길 정도"라고 했다.
젊은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에서 데이트하던 O씨(21)와 여자친구 L씨(21)는 40대 노숙인 한 명이 자신들 앞을 계속 왔다갔다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했다. 혹시 해코지라도 당할까봐서였다. 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들도 속수무책이라며 손을 내저을 뿐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돈이 어디서 생기는지 아무리 말려도 대낮 술판을 벌인다."고 했다.
경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삼덕지구대 관계자는 "일부 노숙인에 국한된 것이지만 폭행 등 사고가 일어나면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책이 없다는 것. 이는 구속받기 싫어하는 노숙인들의 특성 때문이란 게 관련자들의 얘기다. 대구시 관계자는 "노숙인들의 마구잡이식 생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술과 관계가 있다."며 "답답하다며 시설 생활도 꺼리고 술을 마시지 말라고 쫓아다니며 막을 수도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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