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남석 이성조 고희전이 열린 23일 대구 문화예술회관에는 붉은 승복의 이국 스님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캄보디아 왕사(王師) 텝봉(78) 스님이다. 왕사는 국왕보다 더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최고의 승직이다.
그는 이날 전시에 가장 화제를 끈 묘법연화경(법화경) 전문을 쓴 168곡 병풍(길이 120m)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극락세계에 온 것 같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쓸 수 있나.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텝봉 스님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세번 째. 이번은 남석의 법화경 병풍을 보기 위한 방문이다. 남석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 그러나 두사람은 21일 합천 해인사에서 형제의 의를 맺었다. 그래서 텝봉 스님은 계속 남석을 '아우'라고 불렀다.
스님은 "법화경을 한 눈에 본 것은 처음"이라며 "아우의 위대한 작업에 캄보디아 국민을 대표해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문예회관 일반1전시실을 한바퀴 돌아가며 전시된 남석의 120m 병풍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냈다. 텝봉 스님은 "병풍에 치장된 파랑 빨강 노랑색에 흰 종이와 검은 먹의 5색은 우주를 상징한다"며 "부처님이 살아계셨으면 남석을 첫번 째 제자로 삼았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이날 전시회에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이의근 전 경북지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법화경 병풍 앞에서 모든 참석자들이 아래위 구분 없이 함께 테이프를 커팅한 것도 이채로웠다.
남석도 "육신이 함께하는 한 붓과 함께 하겠다"며 계속 눈물을 훔쳐 이번 전시회에 쏟은 열정을 느끼게 했다. 텝봉 스님에게 병풍을 선물하려고 했으나 과분하다고 사양했다. 대신 "내 이름을 한글로 써달라"고 해 연꽃 사진에 소품을 하나 만들어 캄보디아로 돌아가는 스님에게 전했다. 전시회는 28일까지 열린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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