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낮잠 자는 지역 공연장

서울 대학로 소극장 수는 90여 개. 최근에는 지하 창고형 극장모습에서 벗어나 새롭게 리모델링되거나 과감하게 지상층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에 반해, 2007년 현재 대구의 소극장 수는 10개 남짓하다. 그러나 수적인 열세보다 더 큰 지역 소극장의 문제는 공연일수보다 휴관일수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몇몇 지명도 높은 대학로 소극장은 벌써 2008년 1년 공연 일정을 잡는 등 연간 200일 이상 운영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지역소극장들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휴관하는 실정이다. 공연장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연레퍼토리가 부족해 꾸준한 관객 유입이 쉽지 않다는 현실이 지역 소극장의 해묵은 과제이자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지역 소극장은 레퍼토리 개발에도 힘이 부치고 아예 공간 활용이나 관객 개발 등 적극적 마케팅 전략을 수행할 전문 인력과 예산 확보는 꿈도 못 꾸는 현실이다. '장사'에서 멀어진 지역의 소극장은 성공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천수답식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만을 기다리고 의존하기에는 경쟁도 치열하고 우수 창작물을 제작하기 에도 예산이 부족하다.

지금부터 신규관객을 찾아나서야 한다. 차별화와 특화의 시대이다. 톡톡 튀거나 남과 다르지 않으면 자신의 개성을 살리기 어려운 시대이다. 요즘 지역에서도 상대적으로 싼값에 공연을 볼 수 있는 마티네 공연이 관심을 끈다고 한다.

마티네 공연은 대부분 공연예술의 관람 시간이 저녁 시간대인 점을 고려할 때 가정주부나 학생들에게 시간과 가격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줘 관객 저변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공연장의 버려진 시간'이라 할 수 있는 낮 시간을 활용함으로써 공연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직장인의 점심식사 시간을 활용한 '정오의 예술무대', 학생들의 '문화특활' 프로그램과 오전에 기획된 마티네공연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역 소극장들도 끄집어내고 실천해야겠다. 시간과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꼭 공연에만 집착하지 말자. 전공 학생들의 극장 실습과 주부들의 모임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노래교실도 열고 공연도 보여주며 생활 속에서 문화를 즐기는 풍토를 만들어 보자. 소극장의 장기간 휴관은 운영주체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산이기에 시민 모두에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지역 소극장들도 이제 긴 낮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야 할 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광우(문화예술전용극장 C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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