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주의 실감했어요" 모의의회 체험 동구 초교생들

▲ 24일 대구 동구의회에서 동구지역 초등학생 53명이 의원으로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 모의의회가 열렸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 24일 대구 동구의회에서 동구지역 초등학생 53명이 의원으로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 모의의회가 열렸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의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책 결정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체험해보니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24일 오후 2시 대구 동구청 동구의회 본회의장. 김민지 동구의장(13·여·강동초교 6)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제1회 어린이 모의의회'가 개회됐다. 동구의회가 지역의 꿈나무들인 초교생을 대상으로 지방의회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한 시간.

의사봉을 3차례 두드린 김 의장이 '의원 5분 자유발언' 시간을 알렸다. 의원 각자의 소신과 의견을 밝히고 집행기관의 답변을 듣는 시간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김태인 의원(13·송정초교 6)은 "학교 폭력이 빈번한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 지킴이 선생님' 프로그램을 만들고 폭행, 협박, 따돌림 등 사례별 대처요령을 작성해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수경 의원(13·여·공산초교 6)은 "학교급식 시설이 오래됐고 급식 종사자들의 청결의식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창규 의원(13·반야월초교 6)도 "어린이들의 환경교육에 충분한 재정투자와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구축이 필요한데 이를 지식교육이 아닌 국민생활교육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딱딱하고 건조한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으며 긴장감마저 돌았다.

이날 모의의회엔 동구 초교 17곳의 학생 53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의원, 구청장 등으로 직책을 부여받았고 진지하고 면밀하게 조례안을 심사해 나갔다.

운영행정위원회에서 '학교도서관을 미니공공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한 조례안'을 원안의결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요구가 성사됐다.'는 수근거림이 일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이 조례안에는 ▷미니공공도서관에 열람실, 강의실을 둔다 ▷자료는 관련행정기관의 예산으로 구입 또는 기증받는다 ▷전문사서 및 사서도우미를 둔다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 구의원이 만든 조례안만큼 성실하고 구체적인 조항들이 조목조목 엮여 있었다. 의원과 임원들은 예의를 갖춰 경례하고 차분히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갔다.

의회에서 빠질 수 없는 구정질문도 이어졌다. 조해수 의원(13·강동초교 6)의 '어린이보호구역 개선 및 정비'에 대한 지적과 함예지 동구청장(13·여·강동초교 6)의 답변, 추가 질문까지 완벽한 동구의회가 재연됐다.

1시간이나 이어진 의회의 모든 의안과 질문이 끝나자 긴장을 푸는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함예지 양은 "평소 선거나 의회 활동 등은 어른들의 얘기여서 무관심했는데 실제로 참여해보니 민주주의 아래에서 각 의원과 공무원들의 활동이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의회가 구정을 감시·감독하고 주민들의 얘기를 모아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가 참 좋은 나라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구의회는 앞으로도 '어린이 모의의회' 개최를 정례화하고 보다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흥표 의장은 "어릴 때부터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면 국민들의 정치 참여가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고 상임위원회부터 본회의까지도 완성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짜서 어린이 모의의회가 산체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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