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택공사 사옥 도서관 '부도?'

입주 3개월 지나도록 "사서 채용" 운운 미적

▲ 주택공사 대구경북본부 신사옥 1층, 도서관이 들어설 공간 600㎡는 아직도 집기와 도서는 없이 휑뎅그렁한 모습이다.
▲ 주택공사 대구경북본부 신사옥 1층, 도서관이 들어설 공간 600㎡는 아직도 집기와 도서는 없이 휑뎅그렁한 모습이다.

"입주한 지 벌써 석 달째인데 도서관은커녕 책 하나 찾아볼 수 없네요."

대한주택공사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8월 대구 달서구 도원동의 대곡택지지구 입구에 새 사옥을 준공, 개관하면서 사옥 안에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주공은 지난 5월 직원 수가 150여 명인데도 도서관 등 주민편의시설 마련을 내세워 주민 접근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20m가 안 되는 구간에 U턴 전용차로와 U턴 겸 좌회전 차로를 양방향에 설치했다. 그러나 주공은 새 사옥 입주 3개월이 지나도록 책은커녕 주민편의 시설은 단 하나도 갖춰놓지 않고 있다.

주공은 당초 이익금 사회환원 차원에서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설 마련'을 내세워 새 사옥 1~4층까지 도서관과 은행 출장소를 비롯해 휴게 쉼터 등을 마련, 지역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하나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도서관이 들어서기로 돼 있는 1층은 아직까지 빈 공간, 휴게시설이 있어야할 2층에는 사옥관리를 맡고 있는 통제실 등 주택공사의 실무 사무실만이, 3층은 구내식당, 4층은 강당으로 돼있어 결국 주민편의 시설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은 1, 2층의 빈 공간뿐. 하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형편이라는 것.

도서관 이야기가 나온 것은 2005년 대한주택공사 대구경북본부가 새 사옥에 도서실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부터. 당시 주공은 달서구청과의 협의를 거쳐 사옥 1층 600㎡ 정도 면적을 도서실 용도로 사용하도록 건물용도 지정을 받았다. 그러나 올 8월 준공승인 및 입주 당시 달서구청이 주민사업과 관련된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것을 확인,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도서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다시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진행이 미진한 상태다.

이에 대해 주공 대구경북본부 측은 도서관 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한 준비 때문에 다소 늦어지고 있을 뿐 도서관은 반드시 개방한다는 입장이다. 주공 관계자는 "도서 구입 신청도 마쳤고, 도서관 비품도 구매의뢰 해놓아 11월 중순쯤이면 140석 안팎의 도서관을 주민들에게 무료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서관을 주말과 일요일에도 운영하기 위해 2, 3명의 사서도 채용할 계획이어서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주민 이모(43·달서구 도원동) 씨는 "당초에는 1~4층을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로 내놓겠다고 해놓고 정작 직원들의 편의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15층 규모의 건물에 직원 150명이 말이 되는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서구청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주민편의시설 확보를 문서화한 것도 아니어서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 달서구청 관계자는 "도서관 시설 설치와 관련한 공식 요청 외엔 공문서로 오간 게 없어 그 외 부분은 주공 측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주택공사 대구경북본부 신사옥은 부지 6천495㎡에 연면적 2만 4천859㎡, 지하 2층 지상 13층 규모로, 건물 상단부를 하단 기둥이 떠받치는 독특한 외관을 하고 있어 '2007년 대구시 건축상' 금상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