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수면 판별법

이시애의 난을 토벌한 공로로 적개공신 1등에 올랐던 南怡(남이)는 역모의 혐의로 국문장의 형틀에 묶였다. 고문자의 의도에 굴복한 남이는 연루자로 국문을 참관하던 영의정 강순의 이름을 댔다. 함께 형틀에 묶인 강순이 "네가 무슨 원한이 있어 그러느냐"고 부르짖자 남이는 태연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의 원통함을 알고서도 구해주지 않았으니 경 또한 원통히 죽는 것이 당연하지 않소."

흥선대원군이 안동 김씨 세도를 꺾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 자신을 살해하려 한 자객의 배후에 안동 김문이 있다고 조작했다. 먼저 안동 김씨 세도의 정점 김좌근의 첩 나합을 잡아들였다. 그러나 나합은 만만하지 않았다. "제사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첩의 신분에 역모가 가당하냐"고 코웃음을 쳤다.

다시 '나합'이란 호칭을 문제삼았다. 閤下(합하)는 정1품직의 관직에게 불러주던 호칭으로 세간에서는 그녀를 '나주의 합하'라는 뜻으로 나합이라 불렀던 것이다. 그녀의 대답은 기상천외했다. "세상사람들은 여자를 희롱해서 조개(蛤)라고 한다. 나합은 합하가 아니라 나주에서 난 조개라는 뜻이다." 양반집 부녀자라면 죽어도 입 밖에 내지 못할 말에 흥선대원군도 그녀를 돌려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상의가 '윤리경영 딜레마 사례와 해법'이란 보고서를 통해 뇌물인지 아닌지를 수면판별법으로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선물을 받고 잠이 오지 않을 경우 뇌물이므로 돌려주라고 했다. 세상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다른 자리로 옮기면 (선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뇌물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비윤리적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자기합리화를 경계했다.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거나 발각될 위험이 없다,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등의 자기합리화가 부정의 시발이 된다고 보았다. 자기합리화가 개인의 부정과 비리를 부르고 결국 기업이 위기에 빠진다는 충고였다.

세상을 뒤흔든 사건이 일어나면 관련자는 대부분 억울함을 말한다. 은밀한 사건일수록 세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다. 당사자의 말 그대로 억울할 수도 있고 말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누명을 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명백한 죄를 벗어나기도 한다. 이래저래 편히 자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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