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은 유유하고 청류하다. 남도의 들녘은 소리 없이 흐르는 그 강, 양 옆으로 뻗어 있다.
누렇게 익어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 벼이삭들이 바람에 날리는 한 편,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녘엔 베어낸 볏단들이 길게 드러누워 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악양 들판은 황금빛이 찬란하다. 들 가운데 농로엔 갖은 형상의 허수아비들이 '농심의 축제'인 가을걷이를 위해 길게 도열하고 있다.
추수와 탈곡이 동시에 이뤄지는 트랙터가 너른 들을 제 집 마냥 헤집자 농심을 담는 자루마다 누런 곡식이 가득하다. 이에 질세라 두렁사이 볏섬을 나르는 경운기의 엔진소리도 덩달아 높아진다.
"올해 풍년인교" "그저 그러치라~잉"
유난히 비가 많아 수확은 예년만 못하다. 그러나 볏단을 들어 올리는 농부의 팔에 힘줄이 불끈 솟는다. 콧노래도 흥얼거린다.
#전남 구례군 문척변 죽연마을
50년도 더 됐다는 탈곡기인 '소시랑 훑개'로 농부가 벼이삭을 털어내고 있다. 전동 탈곡기로 하면 편할 텐데 굳이 원시 탈곡기를 쓰고 있다.
이유인즉 내년에 종자로 쓸 씨알 좋은 놈들을 골라내기 위해서란다. 그 옆 볕 좋은 곳에서 까칠하게 털어낸 곡식을 말리는 농부의 아내는 수줍은 듯 말이 없다.
이 수확의 철이 지나면 이들 들판에도 늦가을 스산한 바람이 불 터이다. 문득 저 먼 곳 지리산 높은 봉우리들이 성큼 섬진강변으로 달려온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