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박철과 옥소리 부부의 이혼소송으로 떠들썩합니다. 외도가 이혼의 주된 원인이라고들 합니다. 외도, 바람, 불륜, 간통 …. 신문이 발간되고 TV가 안방에 들어온 이래 하루도 빠지지 않는 단어일 것입니다. TV 드라마, 영화도 혼외정사에 관한 내용이 없는 경우가 드뭅니다. '40대에 애인이 없으면 6급 장애인'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는 세상입니다. 유부남 애인을 떳떳하게 밝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로 '쿨'하면 된다고 말하는 시대입니다.
한편에선 이런 얘기들도 합니다. "멍청하게 들키긴 왜 들켜?" 외도 사실을 배우자가 모르면 가정이 깨질 걱정도 없다는 논리입니다. 외도에 대한 미안함에 오히려 가정에 더 '충실'하게 된다는 주장까지 등장합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일부일처제에 대해 "배반이 예측된 인간본성을 거스르는 제도"라며 "결혼 후 3년만 지나면 누구나 바람 피울 가능성을 생물학적으로 타고 났다"고 말합니다. 생물학적 본성, 이것이 문제입니다.
'강변부인'은 그야말로 '통속소설'입니다. 각자 바람난, 남편과 부인의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 '강변부인'은, 70년대 상황에 맞게, '죄인'이 됩니다. '강변부인'은 1977년에 씌였고 1980년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영화 포스터 홍보문구는 상당히 자극적입니다. "뭇남자를 사랑한 여자, 강 따라 물 따라 강변부인은 마냥간다…" "태워라 태워… 언젠가는 꺼지고 말 불길이니까!"
민희는 스치듯 만난 남자와 정사를 나눕니다. 남편이나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없습니다. 건축사로 성공한 남편도 아내 몰래 매춘을 합니다. 아내에게는 절대 요구하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섹스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희는 남편의 외도를 목격합니다. 자신의 외도는 아무 의미가 없는 '놀이'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남편의 외도에는 심한 배신감을 느낍니다. 이혼까지 생각하던 민희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사건을 정리합니다. "남편이 슬쩍 감춰버린 10%는 나에게도 있는 부분이니까 그것 때문에 가정을 무너뜨릴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는 덮어둡니다. 그러나 깨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듭니다.
남편이 건축해 준 강의원의 집 신축 기념 파티에서 민희는 강의원 부인(남여사)의 외도를 목격하게 됩니다. 남여사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조카 영일에게 민희를 겁탈하게 합니다. 그런데 민희는 오히려 영일에게 몸을 맡깁니다. 남여사는 그런 민희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점점 그들의 비밀스런 만남을 공유하려 합니다.
이들의 밀회는 '당연히' 남편에게 들키게 됩니다. 소설의 구성단계 아시죠?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남편을 믿을 수 없으며 자신도 믿을 수 없다고 민희는 이혼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곧 포기합니다. 남편에게 얻어맞고 쓰러진 민희는 다만 한 가지만을 생각합니다. '평생토록 이 남자 앞에서는 죄인으로서 얻어맞고 지내야 한다면…'
'강변부인'이라는 제목처럼 주인공 민희는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곳으로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소설 속 민희는 섹스에 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질펀하고 시뻘건 낯짝을 한 자극적인 섹스란 놈은 가정 밖으로 몰아내놓고 있어야 하는 것. 그 시뻘건 낯짝을 하고 있는 녀석과의 교섭이란, 내가정이 잘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후 때때로 영화구경을 가거나 보석반지를 사듯, 죄스러운 욕망을 달래주는 정도로 슬그머니 가져야 하는 것. 남편에게 들키지만 않고 그때그때 미련 없이 끝난다면 그 행위는 결코 죄가 될 수 없는 것." 남편 몰래 해온 행위를 옹호하는 민희만의 관념인 셈입니다. 민희에게 섹스는 '오다가 길에서 빈 깡통을 찼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금방 잊을 수 있는 단순한 것입니다. 민희의 남편도 섹스에 관해서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같은 욕망을 가졌고 각각 '간통'을 했습니다.
사람은 욕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음식에 대해서, 재물에 대해서, 권력에 대해서, 육체에 대해서. 무수한 욕망들 속에서 가장 죄의식을 느끼는 욕망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도 성욕을 꼽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욕구를 잘 통제하는 사람은 이 사회에선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학자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미 코넬대 스티븐 엠렌 박사팀이 1998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포유류와 조류의 90%가 배우자를 속이고 있었다. 암수 모두 기회만 닿으면 다른 성을 탐한다"고 합니다. 패트리샤 고워티 박사는 "일부일처제 동물 180종을 조사한 결과 10%만 유적적으로 진실에 부합하다"고 밝혔습니다. 파비엔 구-보디망 세계미래학회장은 심지어 "2070년 평균수명이 120세가 될 것이며 평범한 사람도 평생 결혼을 2~3차례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시 말해, 2070년이 오면 배우자의 외도가 곧 '남편 혹은 부인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당연시 된다는 주장입니다.
지극히 '도덕적인 당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은희 kongo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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