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사내 정치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분명히 사내 정치는 존재한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려고 발버둥치는 중간 간부들뿐 아니라 CEO도 사내 정치의 존재를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다. 지역 유통업체 한 간부는 "당쟁을 오히려 왕권을 강화하는데 이용한 일부 조선시대 왕들처럼 CEO 역시 사내 정치를 겉으로는 부인하면서도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나 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회사내 파벌과 인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안다."며 "특정 계파에 힘을 실어주지않다보니 회사 내에 적절한 긴장감과 경쟁심이 조성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누구나 CEO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조바심만 내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현재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격월간 경영 전문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하버드 경영대학원 심리분석학 교수인 에이브러햄 잘레즈닉은 지난 1989년 1'2월호 '진짜 일(real work)'이라는 논문에서 경영자가 종종 제품이나 시장, 그리고 소비자보다는 사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는 주장을 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모든 사람에게는 공격적 성향이 있고, 틈만 나면 누군가를 골라 상처를 주려고 한다. 이런 성향은 워낙 기본적인 충동이어서 단순히 억누르려고만 하면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직원들의 공격적 에너지를 잘 관리해 직원들의 응집력과 사기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논문 주내용. 결국 사내 정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이며, '우리 회사에 사내 정치는 없다.'는 뻔한 거짓말을 하기 보다는 이를 적절히 활용하라는 뜻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사내 정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싫어하는 CEO의 행동 10가지'를 제시했다. △숫자를 중시하고 쫀쫀하게 작은 것만 챙긴다 △거짓말을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발상의 차원이 낮다 △직함에 안주한다 △자기에게 충성을 요구한다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핑곗거리를 생각해둔다 △부하나 타인의 공적을 가로챈다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내 정치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을 꼽았다.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벤처기업 대표인 A씨는 "산꼭대기에서 아래를 보면 모든 시야가 확보되듯이 CEO 자리에서 직원들을 보면 솔직히 말해 우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인적사항을 훤히 알고 있는데, 특정 간부가 특정 사원을 유난히 칭찬하거나 비난할 때 그 이유는 손바닥 보듯 훤하다는 것. A씨는 또 "직원들이 알면 놀라겠지만 오히려 경쟁적 관계에 있는 간부들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사내 정치를 적절히 활용하면 경영이 쉬워진다."고 했다.
자기계발서나 CEO 관련 서적에서도 사내 정치를 줄곧 언급하고 있다. 'CEO 정상의 법칙'에서 저자 D.A 벤턴은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일하는 곳이면 어디든 사내 정치가 존재한다. 가장 능력없는 사람이 '여긴 너무 정치적이다!'라고 불평한다. 사내정치는 피할 수 없다. 사내정치도 회사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대응할까라고 생산적으로 판단한다면 상처를 덜 받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회사에서 당신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법'에서 저자 김용전 씨는 유명 교육기업의 창업 멤버로 회사 매출이 3천억 원에 이를 때까지 20여년간 근무한 경험을 상세히 피력했다. 그는 "일은 하지 않고 사내 정치로 승부를 거는 것은 나쁘지만, 일은 열심히 하면서도 사내 정치를 몰라서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은 더욱 나쁜 일이다."라고 지적한다. '초고속 승진자들의 9가지 습관'을 쓴 휴 캘서러스는 성공을 위한 마지막 단계를 '사내 정치에서 살아남기'로 꼽았다. 일에 대한 자세나 성실함, 능력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뜻.
그는 "삶은 절대 공평하거나 정당하지 않다. 당신이 아무리 정당해도 불만을 내보이면 상사에게 당신의 흠이 드러나게 되고 설 자리는 좁아진다. 주위에서는 당신이 싫은 일을 하면서 좋아하기를 기대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티는 안내고 일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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