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화 집중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와 자본의 서울 유입으로 지방 문화는 공동화된 지 오래다. 그래서 지역에서 이름을 떨친 배우는 어김없이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이 나면 한양으로 보내라'는 옛말을 충실히(?) 실천하는 바람에 지방 문화가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활동 터전인 서울을 떠나 대구로 내려온 뮤지컬 배우가 있어 화제다. '뮤지컬 도시 건설'을 표방한 대구에 활력소가 되어 줄 주인공은 이상현(30) 씨.
서울 출신으로 중앙대 성악과를 졸업한 이 씨의 뮤지컬 경력은 대구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다. 2003년 서울뮤지컬컴퍼니 '와이키키 브라더스' 음악선생님으로 데뷔한 후 '노틀담의 꼽추' '틱틱붐' '겨울나그네' '명성왕후' '겨울연가' '해어화' 등 내로라 하는 뮤지컬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했다.
특히 배우 허준호 씨가 제작, 화제를 불러 모았던 '해어화'에서 권력을 쫓는 야심가 여리 역을 맡아 국내뿐 아니라 일본 도쿄와 오사카 팬들로부터도 갈채를 받았다. 대학 재학 중 록밴드 보컬로도 활동, 성악 전공인 베이스 저음에서부터 록의 고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역대를 가진 것이 그의 장점.
서울에서 주목 받던 이 씨가 오는 11월 6일부터 11일까지 대구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뉴컴퍼니 창작 뮤지컬 '화이트데이'에 남자주인공 진석 역을 맡은 것 만으로 지역 문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그는 전작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출연료에도 불구하고 연고도 없는 대구에 자청해서 내려 왔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문화활동 상황이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다 '화이트데이' 오디션 공고를 보았습니다. 화이트데이 대본이 흥미롭고 흡입력이 있어 응시원서를 제출했습니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 씨는 '화이트데이' 출연을 위해 뮤지컬 '하드락카페' '위대한 캐츠비' 출연 제의를 정중히 사양했다. '하드락카페'에서는 남자 주인공 역, '위대한 캣츠비'에서는 하운드 역이었다. 뮤지컬 배우라면 탐내는 작품과 역할이다. 하지만 그는 '화이트데이'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뉴컴퍼니에 알린 뒤 두 작품 출연 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에 포기했다.
돈과 명성보다 신뢰를 선택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보면 많은 출혈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 씨는 "배우는 끊임없이 배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뮤지컬 배우들의 순수함과 열정, 대구 뮤지컬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제작진들의 자부심을 보고 느낀 점이 많습니다."라며 '화이트데이'가 자신에게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가져다 줄 것을 확신했다.
또 그는 "지방에서 뮤지컬을 만드는 곳이 거의 없는데 대구는 예외였습니다. 포화 상태인 서울에 비해 지방의 뮤지컬 제작 환경은 너무 열악합니다. 지방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화이트데이'에 합류한 뒤 하루 8시간 이상 연습하며 대구 배우들과 애환을 함께 나누고 있는 이 씨는 "좋은 공연을 보여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대구산 뮤지컬 '화이트데이'를 많이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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