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그가 25일 대구를 방문, 그가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는 대구텍(대구 달성군 가창면·옛 대한중석)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투자의 ABC'를 이야기했다. 투자의 귀재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 회장은 "한국 주식시장이 여전히 좋다"고 언급, 주식 투자자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버핏의 '진단'이 나온 25일 코스피지수는 2.24%, 코스닥지수도 1.52% 급등하며 '버핏의 입술'에 화끈한 입맞춤을 했다.
◆나는 이런 기업에 투자한다
그는 4년전부터 한국 주식에 대한 매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가치에 비해 주식가격이 엄청나게 저평가돼 있었다는 것이 이유. 한때는 미국 주식보다 한국주식을 더 많이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기아자동차, INI스틸(현재 현대제철) 등도 한때 소유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다 팔고 현재는 버크셔 해서웨이 명의로 투자하고 있는 회사는 POSCO가 유일하다고 했다. 버핏은 소유했던 한국 주식이 모두 올랐으며 성공적으로 매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회사가 아닌 개인적으로 POSCO가 아닌 또다른 한 곳의 한국 기업 주식을 갖고 있다고 확인해줬다. 그러나 그는 회사 이름은 밝히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 시장이 좋은 이유와 관련, ▷PER(주가수익률·Price Earnings Ratio·주가를 1주당 연간 세공제(稅控除) 후 이익금으로 나눠 산출) 측면에서 저평가돼있고 ▷한국 경제의 기초가 나쁘지 않은데다 ▷5천만 명이라는 많은 인구가 있다는 것.
그는 한국 주식시장이 향후 10년간 좋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곁들였으며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고 부회장도 한국의 여러종목에 투자했으며 수익률이 높았다고 했다.
"대기업이면서 영속적 경영을 하고, 유능하고 정직하며 신뢰감 가는 사람이 경영하는 곳을 투자대상으로 삼습니다. 또 합리적인 사업을 해야죠. 또 적어도 5년, 또는 10년 뒤 이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도 봐야죠. 현재 주식가격이 합리적인지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기업만 투자한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구글 같은 기술주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저는 똑똑하지 않습니다. 특히 기술은 매우 변화무쌍한 것이라 예측력이 좋아야 성공적 투자 결과를 얻을 수 있죠. 대구텍처럼 실제 가치가 좋은 기업을 좋아합니다. 기술주 투자게임은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매년 수백개의 다양한 산업을 들여다보며 '연속적으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종목을 골라낸다고 했다. 또한 한번 한 결정에 대해 후회하거나 뒤돌아보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한편 그는 주식 투자 외에 외환 투자에도 관심이 많으며 지난해까지 외환 투자를 통해 22억 달러(올해는 1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POSCO의 경우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천150원일 때 투자, 현재는 900원대로 환율이 내려가면서 4억 달러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여 이것을 알아라
그는 투자기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주식을 살 때 '이것은 사업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라고 했다. 시중에 나도는 표를 들여다보고, TV에 나온 정보를 봤다는 이유로 주식을 사서는 안된다는 것.
그는 POSCO가 주당 15만 원 할 때 들어갔는데 당시 따진 것은 이 주식이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만 들여다봤다고 했다. 결국 POSCO는 자신이 산 가격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갖고 있다고 확신했다는 것.
"이 주식이 다음주에 오를까?, 배당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혹시 이 주식이 액면분할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생각을 하고서는 주식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오직 가치에만 전념해야합니다."
버핏 회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화되는 등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항상 악재는 있기 마련'"이라고 언급해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듯했다.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면 항상 10~15개 정도의 문제는 있었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더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악재가 있다해도 건실한 기업 주식을 보다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 주식 시장과 관련, 그는 "중국이 지금 버블 단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과열의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너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상당히 오른 것은 맞지만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주식시장에 버블이 일어난다는 정황은 없지만 버블에 대해서도 항상 생각해야한다고 경고했다.
"1600년대 네덜란드에서는 튜울립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대량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죠. 사람들은 일도 않고 튜울립만 사들였죠. 결국 거품이 형성돼 큰 손해를 본 사람이 많이 나왔습니다. 환상에 빠져 기업 내재가치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버핏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모두 5개 재단에 나눠줄 예정인데 가장 큰 재단이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재단이라고 했다.
"지난해 이 약속을 했습니다. 이를 이행할 것입니다. 모든 재산은 기부됩니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99%를 사회에 환원하고 나머지 1%만 다른 곳에 쓸 예정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 중의 한명이지만 그는 49년된 집에 살고, 10년에 1번꼴로 자동차(현재 그는 캐딜락을 탄다고 했다)를 바꿀만큼 검소한 생활을 한다고 버핏 회장은 말했다. 검소한 생활 때문에 그는 자신이 '좋은 소비자'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가질만큼 많이 가졌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한국 물건이 없어서 아쉽지만 필요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자가 가까이서 본 그의 구두는 반짝반짝 윤이 나지 않는 평범한 신발이었고, 양복도 바지 맨 아래가 한단 접힌(Cuff·접는단·4, 5년전 유행했던 양복)것으로 미뤄 오래된 것이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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