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2, 제3 대구텍 만들어보자" 대구경제계 큰 자극

대구는 정작 몰랐던 대구의 가치^"지역서도 글로벌 알짜기업 자신감"

"지역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기업이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좋은 기업이라면 어디에 있든지 저는 과감히 투자합니다."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날, 그는 수도 서울도, 제2의 도시 부산도 아닌 대구를 '콕 찍어' 방문했다. 자신이 주식을 소유한 '좋은 기업' 대구텍이 이곳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워런 버핏의 대구 방문을 계기로 대구·경북 기업인들이 힘을 얻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대구·경북에 있다는 이유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그동안의 자괴감을 떨쳐버리고 '제2, 제3의 대구텍' 100개를 육성한다면 서울을 통하지 않고도 대구·경북이 세계의 중심으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대구텍과 관련, 25일의 기자회견에서 "대구텍을 파느니 내 가족을 팔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였다. 텅스텐 절삭 공구를 만드는 대구텍이 2천800여억 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올려 이 가운데 572억 원을 이익으로 흡수할 만큼 제조업체로는 사례를 찾기 힘든 알짜기업이어서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애착이 간다는 것이다.

대구텍은 '제조공장이 지방에 있으면 CEO가 있는 핵심 사무실은 서울'에 내는 국내 관행도 탈피, CEO인 모셰 샤론 씨는 물론 CFO도 대구에 상주하면서 본사 기능을 대구에 고스란히 두고 있다.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는 POSCO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식을 갖고 있는 유일한 한국 기업. 본사가 어디에 있든 좋은 기업이라면 지구끝까지라도 찾아간다는 것이 버핏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지론이었다.

올해 매출이 1조 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대구 최대의 제조업체인 한국델파이. 이 회사의 대주주인 세계 최대의 차부품업체 델파이는 현재의 지분율(50%)을 더 높일 계획이다.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델파이가 전세계 델파이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낼 만큼 '효자 계열사'여서 지분율을 향후 더 늘린다는 것.

25일 워런 버핏과의 만남을 위해 대구텍을 찾은 지기철 한국델파이 대표는 "25일 워런 버핏이 대구에 오면서 많은 내외국인들이 몰린것처럼 한국델파이에는 연간 1천 명이 넘는 외국인이 찾아온다."며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글로벌 알짜 기업이 대구에 있으면 저절로 외국인들이 몰려와 대구의 국제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중(화성산업 회장)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외국 투자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장하성펀드가 화성산업에 투자한 이후 외국인지분율이 최근 21.9%를 기록, 지난해말(10.8%)에 비해 2배나 늘었다."며 "지역 기업들도 워런 버핏이 얘기한 투자원칙처럼 투명하고 건실한 경영을 한다면 워런 버핏과 같은 훌륭한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 확신하며, 이미 이런 조류가 지역에 스며들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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