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할로윈데이

축제의 달 10월도 끄트머리에 와있다. 10월産(산) 문화퍼레이드의 끝에는 오는 31일 '시월의 마지막 밤'이 기다리고 있다. 이날 라디오에서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로 시작되는 가요 '잊혀진 계절'의 선율이 온종일 흘러나올 것이다. 가수 이용의 빅 히트곡인 이 노래는 26년이 된 지금껏 줄기차게 10월의 끝날을 장식하고 있다. 단일 국가 내 단일곡의 일일 방송 횟수로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 하니 알 만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국민적 '시월의 마지막 날' 행사도 세대차이가 날 판이다. 이른바 쉰세대는 삼삼오오 모여앉아 '잊혀진 계절'을 흥얼거리지만 신세대들에게 이날은 이색적인 즐거움을 안겨주는 '할로윈 데이'로 다가온다.

온갖 이름의 '~데이'가 우리 일상의 낯익은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밸런타인 데이(2월 14일), 화이트 데이(3월 14일)는 국민적 기념일처럼 돼버렸다. 블랙데이(4월 14일:옷 구두 액세서리는 물론 먹는 것도 자장면, 블랙커피 등 블랙으로 통일), 옐로 데이(5월 14일:노란 옷 입고 카레 먹는 날) 등 매월 14일마다 기념일을 만들더니 요즘은 삼겹살데이(3월 3일), 오이 데이(5월 2일:오이 먹는 날) 등 제각각이다. 키스 데이(6월 14일), 허그 데이(12월 14일:포옹으로 추위를 함께 녹이는 날), 백세주데이(10월 10일:백세주 마시며 열렬히 사랑하는 날) 같은 속 들여다보이는(?) 종류들도 자꾸 생겨난다.

할로윈 데이는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속에 있다가 내세로 간다고 믿었다. 켈트족의 새해는 11월 1일인데 10월 31일 망자의 영혼이 1년간 자신이 기거할 상대를 선택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날 귀신 복장을 하여 망자의 영혼을 막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로마의 켈트족 정복으로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11월 1일은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10월 31일은 '모든 성인들의 날 전야(All Hallow Eve)'가 됐고 이것이 훗날 할로윈 축제로 바뀌어졌다는 것이다.

서양의 호박귀신놀이인 할로윈 데이가 우리 사회에 빠르게 번지는 추세다. 단순한 호기심의 발로라는 시각과 더불어 서양 대중문화의 무분별한 추종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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