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자와의 대화)'산사에서 띄우는 풍경소리' 낸 정관 스님

눈으로 읽는 가을 풍경소리

절에서 스님들이 식사하는 예법을 발우공양이라고 한다.

공양에 앞서 반찬 그릇에 담겨 있는 김치 한 가닥을 남겨 놓는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이것을 행주 삼아 젓가락으로 그릇을 모두 깨끗이 씻는다. 씻은 물은 국그릇에 모아 앉은자리에서 다 마셔야 한다. 그리고 하얀 수건으로 그릇을 잘 닦으면 발우공양이 끝이 난다. 한 톨도 낭비하지 않는 식사법이다.

"연간 낭비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15조 원이나 되고, 처리 비용만 8조 원이 듭니다. 하루 1천 명에 가까운 생명이 굶어 죽는다는데, 한쪽에서는 이게 무슨 일인지···."

지난 7월 시집 '꽃비'를 낸 스님 정관(청도 용천사 주지)이 에세이집 '산사에서 띄우는 풍경소리'(운주사 펴냄)를 냈다. 산사에서 세상사에 보내는 청아한 풍경 소리 같은 수필집이다.

'버리고 또 버리니' '소중한 식사' '코흘리개 스님' '나를 건드리지 말아요' 등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들을 묶었다.

절집에 가면 해우소라는 곳이 있다. 절집 변소다. 근심거리를 해결해 주는 곳, 한자도 풀 해(解), 근심 우(優)다. 정관 스님은 "사행심, 도박, 마약, 폭력 등 버리고 또 버리고 나아가 버릴 것이 없는 것까지도 버려야 한다."며 "이것이 해우소가 현대인에게 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목탁에 염불을 외는 스님이 멀게 느껴지죠. 이 책은 그들에게 불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쓴 것들입니다."

월간 에세이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보완하고, 새로 보태 46편의 수필을 묶었다.

정관 스님은 지난 1988년 첫 시집 '눈이 오던 날'을 내고 수필집 '여유'를 냈다. 범어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영동 반야사 주지, 대구 운흥사 주지를 지냈고, 대구 동화사 기획국장을 역임했다.

'문학 스님'으로, 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스님이다. 20여 년 전 이미 8㎜ 캠코더와 프로젝터를 장만하기도 했고, 영화광에 사진도 열심히 찍고 있다. 이 책에도 동화사, 운문사 등 절 풍경 사진 25점을 싣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이며, 또 그에 따르는 책임을 수반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매번 스스로의 다짐을 깨고 만다."며 "또 한권의 책을 엮고 보니 나의 용기는 단순함에서 발로한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꽃씨를 심어주고 싶은 욕심이 든다."며 "혹 '활자 소음'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는 스님의 말에서 세상 사람들에 대한 맑은 애정이 느껴진다. 248쪽. 9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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