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사라 본지오르니 지음/안진환 옮김/엘도라도 펴냄
지난 24일 중국은 달에 우주선을 보냈다.
미국, 러시아,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달 탐사선을 보낸 '우주 강국'이다. 그러나 금방 부서지는 장난감에, 색이 바래는 옷 등 '싸구려'도 양산하고 있다. 남미, 러시아 오지, 유럽의 산악 마을···. 세계 어디서도 '중국산'(Made in China)을 만날 수 있다. 세계는 '글로벌'이란 이름으로 중국산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이를 기회로 중국 경제는 우주 로켓처럼 빠르게 급부상하고 있다.
사람 빼고는 못 만드는 것이 없는 나라 중국, 그들의 제품 없이 산다는 것이 가능할까. 2005년 1월 1일 한 여기자가 1년간 중국 제품 보이콧에 돌입했다. 손에 잡히는 것마다 'Made in China'라고 적힌 중국 경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과연 살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그녀는 적잖은 난관에 봉착한다. 자신이야 안 쓰고, 안 사면 되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상표를 떼 중국제품 아닌 척하는 남편, 중국산 장난감 앞에서 생떼를 쓰는 아이의 닭똥 같은 눈물을 어떻게 해야할까. 프린터의 잉크가 떨어지는 바람에 기자라는 생업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은 미국의 한 평범한 가족이 중국산 제품의 보이콧을 벌이며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흥미롭게 적어가고 있다.
2010년이면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GDP 규모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 13억 거대 중국 경제는 세계를 파고들고 있다. 어느 나라 없이 중국산 제품은 가정을 점령하고 있다. 신발, 장난감, 전자제품에 심지어 미국 할로윈 의상과 장식물까지 중국산이다.
중국 경제의 급부상을 말하는 책은 많다. 그러나 실상을 현실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지 기자인 지은이는 '글로벌'이란 단어를 수없이 써왔지만 그런 단어들은 그저 국가적 차원일 뿐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중국산 없이 1년간 생활하면서 지은이는 생활 곳곳에 자리한 중국의 존재감을 생생히 깨닫게 된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글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중국산 보이콧은 오히려 우리 가족이 중국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그녀는 "중국산 없이 산다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특히 반항적인 배우자와 아이들이 없고, 싼 구두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고 적고 있다. 다시 시작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으며 "2005년에 이 프로젝트를 감행했기에 망정이지 지금이나 5년 후쯤 시작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했다.
날로 중국의 역량이 커지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 가정경제의 속내까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312쪽. 1만 3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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