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심마니붐을 보도했다.
NYT는 기사를 통해 "한국의 TV와 신문은 이따금 수만 달러 가치의 희귀한 산삼을 발견한 소식을 전한다."면서 그래서 산삼의 꿈을 꾸는 심마니들이 한국 전역에 걸쳐있다고 소개했다. 비슷한 시기에 울산의 한 대기업직원이 10여 뿌리의 산삼을 캐는 횡재를 안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 세계에 소개될 정도로 직장인들까지도 '산삼'이라는 일확천금을 캐기 위해 동호회까지 만드는 등 심마니붐이 한때 일기도 했다.
만병통치약처럼 통하는 산삼은 과연 있는 것일까. 산삼을 찾는 사람, 우리시대의 한 '젊은 심마니'를 만났다.
경북 김천과 전북 무주 사이의 경계에 있는 대덕산 덕산재 마루턱에 그는 자리를 잡고 있다. 심마니생활 6년째인 그를 처음 만나면 나이를 종잡을 수 없다. 며칠 산에 올랐다가 내려와서인지 수염이 덥수룩하다. 그는 요즘은 아예 수염을 기른다.
임병호(38) 씨는 대뜸 "산삼을 캐서 돈을 번 사람은 없습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 역시 그동안 꽤 많은 산삼을 캐서 돈을 모았을 것 같았지만 큰돈은 벌지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나 산삼을 캘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산삼은 믿음이다. 몇 날 며칠을 산을 헤집고 다녀도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산삼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눈앞에 있어도 눈이 흐린 사람에게는 산삼은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산삼이 더 신비해지는 것일까.
스님도 아니고 도사도 아니지만 임 씨는 매일 참선을 하고 여자를 멀리하는 금욕적인 생활을 지킨다. "심마니는 제 천직입니다. 깨끗한 마음으로 삼을 캐지 않으면 설사 삼을 캐더라도 효능은 떨어지기 마련이죠." 임 씨는 덕산재에 올라온 이후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다.
처음 산삼을 팔고나서 그 역시 그 산삼을 먹은 사람이 효과를 보지 못해서 찾아와서 항의할까 두려워 도망가려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운좋게도 효과를 봤는지 나중에 그 손님이 드링크까지 사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와 자기가 캔 산삼에 대한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멀쩡한 청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심마니가 되었을까. 김천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그는 학교생활에 흥미를 못 느껴 그만두고 대도시를 떠돌았다. 스스로 "회사생활 말고는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하는 그는 술집 등 유흥업소에서의 화려한 생활과 쓴맛까지 다 맛본 후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도시생활을 경험한 그에게 농사일은 힘들었다. 심마니친구가 산삼을 캐러 가보자고 해서 두어 차례 따라갔지만 허탕을 쳤다. 그러다가 1년여 동안 똑같은 꿈을 꿨다. 산삼밭에 가서 삼을 캐려고 하면 잠이 깨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역시 꿈에 산삼밭엘 갔는데 다 캐도 좋다고 했는데 딱 세 뿌리만 캤고 그리고는 꿈에서 깼다.
그 길로 대덕산에 올라 산삼을 찾아나섰지만 쉽게 산삼이 눈에 띌 리가 없었다. 마음을 정리하고 볼일을 보고 뒤돌아서는데 산삼 세 뿌리가 눈에 들어왔다. 꿈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 중 한 뿌리는 어머니에게 드리고 또 한 뿌리는 평소 자신에게 도움을 준 동네어른에게 드렸다. 나머지 한 뿌리를 한의원을 하는 친척에게 주고 30만 원을 받았다. 농사일보다는 괜찮을 것 같았다. 며칠 더 산에 올라가서 두 뿌리를 더 캤다. 60년짜리라는 감정을 받았지만 200만 원을 받았다. 그때부터 낮에는 삼을 캐고 밤에는 다른 심마니들이 캤다는 삼을 보러 다니는 생활이 1년여 동안 이어졌다. 1년 동안 산삼을 보니까 어느 정도 보는 눈이 생겼다. 본격적인 심마니가 된 것이다.
전국의 산을 떠돌아다니다가 결국은 고향인 이곳 '덕산재' 마루에 정착했다.
"산삼은 부자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없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냥 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삼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 "깊은 산속 낙엽송 아래 잘 살펴 보세요"
수십년 산을 다녀도 100년 혹은 50년 이상 된 천종산삼을 캐내지 못할 수도 있다. 심마니 임 씨는 "산삼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면서 "그렇지만 워낙 귀하기 때문에 요즘은 중국에서 수입한 삼을 심어서 '천종산삼'이라고 속여 파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산삼을 캐면 부자가 될 확률보다는 불행해질 수도 있다. 산을 개간하는 '산판'일을 하는 포클레인 기사들이 가끔 산삼을 발견하고는 횡재한 줄로 알고 그 길로 직업을 바꾼 경우가 많다. 혹은 산삼을 발견하고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평생 가난한 심마니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임 씨는 심마니들도 중간상에게 산삼을 넘길 수밖에 없고 산삼을 캐러 다니는 경비도 상당히 들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산삼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 씨는 혹시라도 산에 갔다가 산삼을 캐는 횡재가 일어난다면 부모님께 드리는 것이 평생의 효도라고 권했다. 산삼을 캐더라도 제때 판로를 찾지 못하면 말라 비틀어져서 아무도 사지 않기 때문이다. "산삼이요? 깊은 산속 낙엽송 아래 자생하는 경우가 많죠."
서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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