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 전 총재가 출마해서 안될 이유

5년 전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정권을 종식시키지 못한)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게 이유였다. 그럴 만도 했다. 15대 대선에서 노회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패한 것은 정치경험 부족 탓으로 돌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여겨졌던 노무현 후보와의 선거전에서마저 무릎을 꿇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탓도 있었지만 본인의 리더십과 정국 운영 능력 부족이 더 큰 원인이었다.

이런 그가 요즘 대선 출마설을 분분하게 일으키고 있다. 24일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 25일 '독도의 날 제정 선포식' 등에 참석해 "몸을 던져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대중활동을 재개했다. 남대문 개인 사무실도 대선 캠프를 방불케 하는 모양이다. 출마설에 대한 입장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정말 출마하려는 뜻인지, 소외된 몸값을 올리려는 것인지 요량이 안 되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그의 출마는 절대 불가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원칙에 충실한 대쪽으로 살아왔고, 그렇게 알려졌다. 정계은퇴를 선언했다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흠집투성이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은퇴 약속을 뒤집었다고 그 전례를 따른다면 똑 같은 정치꾼이 될 뿐이다. 이회창이 없어지는 것이다.

출마가 불가능한 두 번째 이유는 그가 한나라당 전 총재였기 때문이다. 만약 대권에 꿈이 있었다면 은퇴 약속을 일찌감치 파기하고, 지난 경선에 참여했어야 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의 정통성 있는 절차를 무시하고 이명박 후보의 낙마를 기웃거린다는 것은 정치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비겁한 행동이다. 무소속 출마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세 번째 이유는 그가 국민에게 진 엄청난 빚을 갚아야 할 당사자라는 점이다. 이 전 총재는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제공자다. 말마따나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 기대를 수렴하지 못 하고, 좌파에 나라를 넘겨 국체와 안보, 경제가 통째로 뒤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로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것이 올바른 태도다. 엉거주춤한 기대와 집착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흠집내고, 정당사를 왜곡시키며, 역사의 죄인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출마 의사를 조속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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