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6년 만에 경주 찾은 손경수 신부

"신라 문화는 우리 민족 자긍심"

"36년 만에 경주를 방문해서 새삼 느낀 것은 우리 문화의 우수성입니다. 잉카·마야·아즈텍 문명에 뒤지지 않습니다. 신라 문화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저력이 있었기에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4년 만에 얻은 두 달간의 휴가를 이용해 대구를 찾은 손경수(요한·64) 라틴아메리카주교단 선교와영성분과위원회 총무는 "군 복무 시절 경주를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우리 문화의 위대함을 잘 몰랐다."며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본 외국 유적과 비교를 해 보니 새삼 대단함을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신의주 출생인 손 신부는 1968~1971년까지 군종병 겸 위생병으로 군 복무하면서 대구와 인연을 맺었다. 대구 방문에 앞서 이달 중순부터 경주에 머물면서 불국사와 석굴암·첨성대·안압지 등을 둘러 보았으며 안동을 찾아 두봉 주교와 환담도 나눴다.

손 신부는 "선교사들의 정신적 지주인 두봉 주교님을 만나 인사하고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한국 가톨릭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러 개 붙어 있다. 1972년 미국 메리놀외방선교회에 한국인 최초로 입회했으며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을 위한 선교 활동도 선구적으로 벌였다.

1979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1985년 로욜라대학원 사목상담 심리학 석사, 1998년 메리놀신학원 신학 석사 학위 등을 받은 손 신부는 2002년부터 지난 7월까지 라틴아메리카 한국가톨릭선교사회 회장을 역임한 뒤 라틴아메리카주교단 선교와영성분과위원회 총무로 선출돼 활동 중이다.

사제 서품을 받기 전인 1976년 페루에 선교사로 파견된 뒤 지금까지 원주민과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하고 있다. 그는 해외 선교활동의 고충에 대해 언어와 음식 등이 맞지 않는 것보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임을 호소했다. 상대방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원주민을 오해했던 부끄러운 기억을 되살리며 문화적 차이까지 이해하고 선교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장기 선교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손 신부는 라틴아메리카와 한국 가톨릭의 차이점에 대해 "한국은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평신도들에 의해 자발적 복음선교가 이루어진 반면 라틴아메리카는 타의(식민지배)에 의해 선교가 이루어졌다."며 "이로 인해 한국의 경우 짧은 기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지만 라틴아메리카는 선교사가 부족한 만큼 수동적인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남미 13개국에서 120명의 한국 선교사가 활동하고 있다."며 "한국 선교사의 손길을 원하고 있는 만큼 보다 많은 선교사들이 남미로 진출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 신부는 "선교와영성분과위원회 총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았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 41개국 상호 선교 활성화뿐 아니라 해외 선교까지 할 수 있도록 선교 역량을 키우는 데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