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기능성 섬유를 수출하는 한 섬유업체는 환율 하락으로 올해에만 5천만 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 이 업체는 국내·외 여러 공장에 원료를 공급, 제품을 만든 뒤 수출하는 로컬 생산 위주로 하다보니 환전 수수료 비용이 만만찮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하락에 환전 수수료 비용까지 겹쳐 죽을 맛이라고 했다. 이 업체 과장은 "1달러에 915원 정도로 봤을 때 정작 손에 떨어지는 것은 912원 정도이고 또 보낼 땐 917원 정도"라고 했다. 수수료로만 1달러에 5원 정도가 날라간다는 것.
그렇다고 바이어에게 가격 인상을 요구하지도 못하는 처지다. 가격탄력성이 높은 편이라 가격 인상은 곧바로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업체 과장은 "대기업들이야 환율에 따른 가격 조정이 가능하겠지만 우리같은 영세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푸념했다.
미국으로 기계류를 수출하는 달성공단의 한 업체는 지난해보다 5억 원 정도 환차손을 봤을 거라고 추정했다. 이 업체는 내수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데 환율 하락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 그나마 2000년부터 수출전략 품목을 정해 환율 하락을 극복할 수 있는 제품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앞으로도 환율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여 결국 이를 상쇄할 만한 생산비 절감을 어떻게 하느냐가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년1개월 만에 최저치인 909.90원을 기록한 가운데 지역의 수출기업들도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최근 유가 폭등으로 인한 원자재 상승도 겹쳐 기업 운영에 이래저래 먹구름만 끼는 것.
김미경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 과장은 "미국 경기가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원·달러 환율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 초엔 1달러에 880원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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