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3동 백합어린이집에서 'English Festival(잉글리시 페스티벌)'이 열렸다. 어린이집 곳곳에는 영어 상점과 우체국, 요리코너, 게임코너 등이 마련됐고, 아이들은 아빠 손을 잡은 채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가장 시끌벅적한 곳은 1층 상점. 진열대는 학용품과 인형, 책, 소꿉놀이 장난감 등 갖가지 물건으로 채워져 있었다. 아이들은 영어로 '종알거리며' 고른 물건들을 하트 무늬가 곱게 그려진 하얀 비닐봉투에 가득 담거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품에 꼭 안았다.
이날 행사는 여느 '영어마을'과는 다른 의미로 마련됐다. 상점의 물건들은 모두 아이들이 집에서 오래됐거나 사놓고도 쓰지 않았던 헌 것들이었고, 수익금은 모두 이웃돕기에 쓰인 것. 이웃돕기 바자회와 아빠와 함께하는 영어 축제가 한데 어우러진 셈이다. 축제에 참가한 채희(7·여) 양이 고른 인형과 소꿉놀이 세트, 학용품도 모두 다른 친구들이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 아빠가 환전해 준 장난감 돈 7달러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학부형 곽병철(37) 씨는 "아이와 함께 즐거운 한때도 보내고 영어 공부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소중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들은 1천 원에 장난감 돈 1달러를 바꿔 물건을 구입했다. 이렇게 모인 금액만 모두 125만 5천 원. 이 돈은 모두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에 성금으로 전달됐다. 홍명희 루갈다 원장수녀는 "이날 행사는 자신만 혼자 행복하고 풍족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놀이를 통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함께 사는 세상의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물건의 소중함과 이웃사랑의 기쁨을 가르쳐주는 이웃돕기 바자회나 알뜰시장이 잇달아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한 장터의 개념을 넘어 아이들에게 재활용품의 의미를 되새기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개념을 일깨우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는 것.
대구 수성구 파동초교는 다음달 2일 학교 운동장에서 이웃돕기 알뜰시장을 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이날 행사는 아이들이 가져온 옷이나 신발, 모자, 생필품, 도서류 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팔아 이웃 사랑에 동참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이들은 학예회를 통해 준비해온 솜씨와 장기를 뽐내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나 어묵꽂이 등 음식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익금의 일부는 인근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기로 했다. 특히 학교 안 잔치에 머물지 않고 인근 주민들에게도 초대장을 보내 떠들썩한 동네 잔치로 키운다는 계획도 세웠다. 장성연(39·여) 학모회 회장은 "요즘 아이들은 물건을 함부로 버리거나 잃어버려도 다시 찾지 않을 정도로 물질의 과풍족 시대에 살고 있다."며 "헌 것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도 바꾸고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다는 보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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